기금운용은 무한경쟁의 범세계적인 업무
'코드인사' 배제하고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
전문성과 세계적 안목 가진 적임자 뽑아야

필자는 2013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취임 6개월쯤 되는 시점에 기금운용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1999~2013년 전 세계의 주요 연금기금과 국부펀드가 손실을 봤고,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에는 18~24%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450조원 규모에 달하던 국민연금 기금이 만약 10%, 즉 45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하며 가슴 졸였다. 국민의 최후 노후 설계 자금에 상당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면 보건복지부 장관, 공단 이사장(CEO), 기금운용본부장(CIO) 사퇴로 끝나지 않고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는 게 재임 당시나 지금이나 필자의 같은 판단이다.

600조원에 달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이 특별한 사유도 없이 임기 전에 사퇴한 후 무려 7개월의 공백을 거쳐 새 CIO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규정에 따르면 CEO가 선정을 총괄하지만 선정 과정에 개입할 수 없고 CIO추천위원회의 복수 추천을 받아 CEO가 최종 결심하면 CIO가 결정된다.

앞으로 선임될 CIO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 CIO는 2022년에 1000조원에 이를 기금의 운용, 500여 명(현재 350명)에 달할 기금운용 인력 관리, 40%(현재 28%)에 달할 해외 자산운용 등을 책임진다. 새 CIO는 첫째, 세계적 안목이 있어야 하고 둘째, 전문성이 탁월해야 하며 셋째, 내부 인력 관리와 외부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에 출중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며 넷째, 품성과 소양이 반듯해야 한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CIO추천위원회 역할이 중요하다. 공모에 지원한 사람 중 상대평가를 해 CEO에게 상위자를 복수 추천한다. CEO와 CIO추천위원회가 회합한 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기준을 잣대로 삼아 먼저 절대평가하기를 권유한다. 네 가지 기준 모두에서 우수한 사람이 없을 경우 공모를 다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원자들이 절대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공모를 그대로 진행하면 안 된다. 앞으로 추천위원회 구성도 지금의 사외이사 중심보다는 전임 CEO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 참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번 공모에는 16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원자를 한 사람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강한 주장을 펴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만약 이번 공모에 응한 사람들이 과거 두세 차례 계속 지원한 사람과 국내 경험이 대부분인 사람이 주축이라면 과감하게 다시 공모하길 권유한다. 600조원의 기금운용은 대한민국 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규정상의 공정한 절차를 잘 지키는 것과 더불어 세계적 수준의 CIO를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CIO추천위원회에서 면접 대상자로 선정되면 이들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이 평판조사를 하는데, 필자 재임 당시 최고의 외부 평판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했음에도 그 내용이 부실했다. 평판조사 내용이 체계적이지 않았고 부정확하거나 모호해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평판조사 기관들의 성실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기금운용은 무한경쟁의 범세계적 업무다.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피를 말리는 경쟁 속에서 자산운용에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조그마한 틈도, 한 치의 실수도 치명적 손실로 연결된다. 그렇기에 CIO 역할이 막중하다. 전문성에서 탁월하며 세계적 안목을 가진 CIO를 모시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수를 줘야 하고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훌륭한 적임자를 찾을 경우 연봉으로 50억~100억원을 줄 각오를 해야 한다. 100억원 주고 1000억원을 더 벌면 수지맞는 장사이지 않은가?

‘코드인사’가 현 정부 인사정책 특징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이번 국민연금 CIO 인선에서 코드인사가 이뤄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CIO 선임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세계 최고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들이 박수치는 CIO가 탄생하길 염원한다.

최 광 <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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