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잘 만나 쉽게 합격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네요. 은행원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해온 사람으로서 허무하고 막막해집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직후 한 취업준비생(취준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빽도 없고 학벌도 평범한 ‘흙수저 취준생’으로서 자괴감이 든다”는 댓글이 달렸다.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논란에 휩싸인 최 전 원장은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인 지난 12일 사의를 밝혔다. 그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취준생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금융회사의 최고위급 임원인 지주사 사장이 특정인을 추천하는 것 자체가 특혜채용의 시작이라 보고 있다. 부모나 친인척 중에 채용청탁을 할 만한 이들이 없는 흙수저 취준생은 이 같은 내부추천 기회를 언감생심 꿈꾸기도 힘들다는 게 2030세대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 전 원장 채용비리 논란에는 기존의 은행권 채용비리와 다른 몇 가지 특이점이 존재한다. 금감원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의 주체가 됐다는 점과 최 전 원장이 그 같은 의혹에 대한 반성 없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를 주도하는 모순을 보였다는 점이다.

금융권 취준생 사이에서 “채용비리 사태를 보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취준생은 “금감원장의 윤리의식이 저 정도 수준이라면 일반 금융회사 임원들은 어떻겠냐”며 “채용비리가 근절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13일부터 KEB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특별 검사에 들어갔다. 과거의 비리 행위를 밝히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취준생들은 이제부터라도 채용절차를 투명하게 해 주길 바란다. 정작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모범규정을 만들겠다고 한 은행연합회는 한 달째 성과 없이 ‘제자리걸음’ 상태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공정한 채용절차를 담보하지 않는 이상 취준생들의 우울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스타트업과 가상화폐, 과학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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