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천당서 지옥으로'

매매·전세가격 동반 추락
시세 차익 얻기는커녕 전세보증금 반환도 어려워
전국적으로 입주 쇼크가 발생하면서 입주물량이 많은 곳에 갭 투자를 한 이들도 비상상황이다. 갭투자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적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방식을 말한다. 2년 전에 비해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함에 따라 만기가 돌아와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부족해 애를 태우는 이가 늘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법원 경매시장에서 전세가 하락을 견디지 못한 일부 갭투자자 소유 부동산이 한꺼번에 경매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갭투자자로 보이는 A씨가 소유한 경기 동탄신도시 소재 아파트 48가구가 무더기로 경매에 나온 게 대표적 사례다. 이들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한 B씨와 C씨가 집을 경매에 부쳤다. 현지 중개업소에선 A씨가 갭투자로 매입한 아파트가 60여 가구나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A씨가 매입한 아파트의 호가는 매입한 가격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태다. 전세가격도 A씨가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보다 5000만원가량 밑돈다. 만기가 돌아오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마땅히 돌려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입주물량이 많은 곳에선 이처럼 갭투자자가 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북 구미 등에서도 갭투자자 소유 물건이 경매로 등장하고 있다”며 “여유자금이 있는 갭투자자는 일단 보증금을 돌려주면서 버티지만 수십 가구씩 보유한 이들은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 경매를 당하거나 고의로 경매에 부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피해는 세입자가 지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갭투자자가 자기 소유 부동산을 한꺼번에 경매로 넘기더라도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갭투자를 한 게 아니어서 사기 등의 혐의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며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매입해 집값이 오르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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