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참 많이 바빴다. 수출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1년의 반을 해외에서 보냈다. 해외 바이어를 만나 계약하고 시장조사도 하면서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렇게 많이 바빴지만 거르지 않은 스케줄이 있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직원들과 식사하는 자리다. 특별한 형식도 없는, 그저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 이른바 ‘맛있는 수다’라는 모임이다. 한 부서 혹은 동아리, 동기 모임 등 다양한 계층의 직원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젊은 친구들의 기운 덕에 나 또한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

별별 얘기가 다 나오지만, 흔히 말하는 진부한 것도 있다. 사장님은 취미가 뭐냐는 수십 년 전 소개팅에서 나올 법한 질문을 한다. 조금 삐진 듯이 되묻는다. 과장님은 쉬는 날 뭘 해요? 우물쭈물 별말이 없다.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오히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친구들의 취미 생활이 더 화려하다. 회사 생활을 할수록 정작 자신을 돌볼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인가…. 요즘 트렌드가 ‘소확행’(일상에서의 작지만 진정한 행복),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등인데, 이를 위해서는 취미가 필요한 것 같다.
쉬는 게 취미라고 하는 40, 50대 가장들을 보면 애처롭기도 하고 사장으로서 미안하기도 하다. ‘얼마나 힘들게 했으면 그저 쉬는 것이 좋을까’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지금은 번거롭고 귀찮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만의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그냥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는 취미 말고 조금 깊이있게 알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취미는 사람을 젊게 할 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와 열정을 만들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직업도 세 개 정도 가져야 한다는데, 그중에 하나는 자신이 진정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취미와 직결된 것이면 좋지 않을까. 세월이 지나면 누구나 일에서는 손을 놔야 할 때가 오지만 취미는 자신의 의지가 있는 한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일본의 어느 서점을 갔다가 다양한 취미 관련 서적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한편으론 나이와 상관없이 집중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때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제 봄이다. 이불 밖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 밖으로 나가보자. 지금껏 내가 알지 못한 또 다른 신세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김정수 < 삼양식품 사장 jskim@samyangfoods.com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