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신제윤 고문 주축
미국 로펌·로비스트와 협력 강화

김앤장, 전통의 국제통상 강자
최근 안총기 전 외교부 차관 영입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조직 신설
율촌, 로펌 첫 트럼프 정책 세미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중심의 강력한 무역보호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행정부의 일방적인 무역전쟁 선포로 주요 기업들이 연초 세운 경영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수출 다변화, 미·중 로비활동 강화 등 자구책 마련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기업 내부 대응만으로는 밀려드는 통상규제 파고를 헤쳐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이 최근 조직 정비와 인력 확충 등을 통해 기업의 이런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배경이다.

◆전문인력 영입하고 새 조직도 구성

로펌들은 각자 노하우와 강점을 내세워 밀려드는 기업의 문의를 공략하고 있다. 국제통상은 워낙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 풀을 갖추는 것은 기본으로 꼽힌다. 반덤핑, 세이프가드 관련 제소 문제부터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무역투자규범,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양자 간 투자협정(BIT) 및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자문까지 업무 범위가 넓다. 이 때문에 주요 로펌들은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행정부와 국회 등에서 관련 실무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인력을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태평양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로펌 및 로비스트 회사와 업무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 변동 정보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미 FTA 협상에 금융분과장으로 참여했던 신제윤 고문(전 금융위원장)을 주축으로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에서 WTO 제소 건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김지이나 변호사 등이 힘을 보탠다.

김앤장은 국내 로펌 중 가장 오랫동안 국제통상 관련 조직을 운영해왔다. 국제경제법학회장인 정영진 변호사와 한·미 FTA 협상 타결의 주역 중 한 명인 이혜민 전 G20 국제협력대사 등이 속해 있다. 최근에는 안총기 전 외교부 2차관을 영입했다.

광장은 아예 새 조직을 꾸렸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전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통상연구원’을 지난해 9월 신설해 국제통상 동향 분석과 기업의 해외진출 및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 그룹에는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를 지낸 최석영 고문, 조영재 미국변호사, 주현수 변호사 등이 가세했다.

율촌은 재작년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한발 빠른 기획으로 국내 로펌 중 최초로 트럼프 당선이 가져올 규제환경의 변화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 업계의 호평을 받았다. 그해 11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미국 세제개혁 동향 및 우리 기업의 대응 세미나’를 여는 등 지속적으로 미국 세제개혁에 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7년간 미국 상무부에서 해외수주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 정동수 미국변호사는 “세미나 이후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꾸준하게 개별 간담회를 제공한 것이 효과를 발휘해 최근 기업들로부터 구체적인 자문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은 국내 제1호 통상변호사로 꼽히는 김두식 대표변호사가 통상법률팀, 무역구제팀, 관세팀 소속 전문가들을 묶은 국제통상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변호사는 과거 통상산업부 시절부터 WTO협정을 포함해 다수의 통상협상 자문을 맡았다. 이외에도 주일본 대사를 지낸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 세계적 법률시장 평가기관인 체임버스가 국제통상 분야의 ‘차세대 스타 변호사’로 꼽은 정하늘 미국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화우는 최근 미국 상무부가 국내 철강회사들을 상대로 벌인 상계관세 조사에서 정부를 단독 대리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이 보조금이라는 미국 철강회사들의 주장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조치와 관련한 한·미 간 WTO분쟁 건에서 정부를 대리하고 있다.

◆“현지법 근거한 논리 개발해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미국발(發) 보호무역 바람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동수 율촌 미국변호사는 “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 추진과 함께 반덤핑, 상계관세 제소뿐 아니라 환율개입에 대한 제재 조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기 화우 고문은 “통상 이슈는 법적 논리가 뒷받침된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현지법에 근거한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지닌 로펌의 역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광장의 박태호 원장은 “미국의 일방적 통상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WTO에 제소하기를 우선적으로 희망한다”며 “기업 자체적으로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해당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로펌들은 정부를 위한 자문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광장과 화우 등이 미국의 세탁기, 태양광 세이프가드 제재와 관련해 WTO에 제소한 한국 정부를 위해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른 로펌들도 한·미 FTA 개정 협상 등을 위한 정부 자문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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