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김진호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

세계 주식시장은 저물가와 저성장을 특징으로 한 골디락스 국면(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장세)에서 좋은 성과를 이어왔다. 지난달부터는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각국 증시가 요동치면서다. 저변동성 장세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은 지수가 조금만 흔들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변동성을 피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실질금리가 아직 마이너스인데도 은행 예금에 숨어야 할까.

적립식 투자에서 답을 찾아보자. 적립식 투자는 2000년대 초반 대표적 자산 증식 전략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잊혀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수익률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특정 국가 쏠림현상이 발생한 것도 적립식 투자의 장점을 희석시켰다. 당시에는 투자기간에 적절한 포트폴리오 조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적립식 투자가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적립식 투자의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적립식 투자의 방법이 적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때 손실이 나더라도 수익이 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게 훨씬 유리했다는 점은 여러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업그레이드된 적립식 투자법이 필요하다. 단품에만 쏠림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높은 변동성에 노출되기 때문에 단기 충격에 매우 취약해진다. 처음부터 분산투자해서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 용이성 등의 이유로 단일 펀드를 선호한다면 글로벌 분산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영원히 좋은 성과를 내는 상품은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산시장의 트렌드는 계속 변한다. 예전처럼 펀드에 가입한 뒤 방치해 둔다면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과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적합한 자산으로 갈아타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투자하면 자산의 평균 매입단가가 떨어진다. 적립식 투자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시장이 꾸준히 오른다면야 목돈을 미리 넣어주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자산가치가 언제 집중적으로 상승할지는 쉽게 알 수 없다. 특히 변동성이 지속되는 장세에서는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성과가 좋아질 때까지 적립식 투자로 기다리는 게 최선의 투자법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적립식 투자를 시작해야 할까. 한국투자증권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 시기에 따른 결과를 따져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에 지수가 한껏 올랐을 때 투자를 시작한 경우가 2003년에 시작했을 때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물론 코스피지수는 저점에서 투자했을 때가 유리했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 타이밍은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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