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발스파챔피언십 1타 차 공동 2위

나흘 내내 유일한 언더파
막판까지 우승경쟁 펼쳐
기술·체력 확실하게 살아나
'들쭉날쭉' 퍼트감은 숙제

영원히 79승에 머물 것?
"통산 80승은 시간 문제
'붉은 포효' 멀지 않았다"
“다시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 말을 취소하겠다. 그의 우승이 임박했다.”(골프평론가 제이슨 소벨)

“13개월 전 두바이에서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를 봤다. 다시 골프를 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금 타이거 우즈의 능력은 내 눈으로 보고도 여전히 믿을 수 없다.”(골프전문기자 제이 코핀)

퍼즐이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타이거 매직’ 퍼즐이다. ‘영원히 79승에 머무를 것’이라던 암울한 예언이 ‘80승은 시간문제’라는 장밋빛 확신으로 뒤바뀌는 데 복귀 후 석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붉은 포효’가 임박했다며 세계 골프계가 술렁이고 있다.

채워진 2개의 퍼즐, 기술+체력

4년이 넘는 우승 공백,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올드보이’의 우승을 낙관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기력의 빠른 회복이다.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준을 이미 충족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우즈는 12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챔피언십(총상금 65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우승자 폴 케이시(영국)와 1타 차에 불과한 준우승이다. 2013년 8월 페덱스컵 시리즈 바클레이스에서 준우승한 이래로 4년7개월여 만에 우승 문턱을 넘나들었다. 올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로 공식 PGA 투어 정규 대회에 복귀한 지 2개월, 라운드로는 14개를 소화한 시점이다. 당초 목표는 ‘톱10’ 진입이었다.

출전자가 B급이거나 코스가 만만했던 것도 아니다. 조던 스피스(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20대 최강자가 도전장을 냈지만 우즈와 맞서보지도 못하고 모두 커트탈락했다. 디오픈 우승자인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리카공화국)과 잭 존슨(미국)은 물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저스틴 로즈(영국)도 나흘 내내 우즈의 뒤를 밟느라 바빴다. 2012년 페덱스컵 우승자인 ‘코스 매니지먼트의 달인’ 브랜트 스네데커(미국)도 3, 4라운드에서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스네데커는 우즈가 1언더파를 치며 우승 경쟁을 펼친 마지막 날 7오버파를 치며 무너졌다.

발스파챔피언십이 열린 이니스브룩리조트 코퍼헤드 코스는 좁은 페어웨이와 72개에 달하는 벙커,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을 파고든 워터 해저드로 대회 때마다 여러 강자를 삼켰다. ‘스네이크핏(뱀 소굴)’으로 불리는 16~18번 홀이 특히 악명 높다. 투어에서 ‘가장 어려운 후반 3개 홀’ 최상위에 자주 오르내려 PGA 내셔널챔피언스 코스의 ‘베어트랩’에 비견되는 곳이다. 우즈는 베어트랩 코스에서 열린 혼다클래식에서도 공동 12위를 했다.

우즈는 코퍼헤드 스네이크핏 홀에서 나흘 동안 보기는 한 개도 내주지 않고 버디만 2개를 잡아 2언더파를 쳤다. 나머지 홀에서도 보기만 7개(버디 14개)를 내줬을 뿐 더블보기 이상은 없었다. 코퍼헤드에서 나흘 내내 언더파를 기록한 이는 우즈가 유일했다.

발톱 세운 ‘히팅’ 능력

티샷 정확도가 확연히 높아졌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4라운드 평균 59.62%로 16위다. 올초 공식 복귀 후 가장 높은 정확도다. 정확한 티샷은 정교한 그린 공략으로 이어졌다. 그린 적중률이 66.67%로 8위다. 풍향과 풍속이 자주 바뀌는 코스 특성을 감안할 때 우즈의 히팅 능력이 얼마나 날카로워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즈는 “아이언샷이 반 클럽 길거나 짧아 거리를 맞추는 데 신경 썼다”고 말했다.

두 번째가 체력이다. 우즈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4주 동안 3개 대회(제네시스오픈, 혼다클래식, 발스파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그럼에도 비거리와 정확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3라운드 14번 홀(파5)에선 올 시즌 PGA 투어 최고 기록인 시속 208㎞의 헤드 스피드를 낼 정도로 힘이 넘쳤다. 칩샷 버디까지 잡아낼 정도로 그린 주변 경기력도 빼어났다. 골프채널은 “우즈의 눈빛이 후반으로 갈수록 빛났다”고 평가했다. 체력 고갈과 통증 재발은 기술적 회복보다 우즈의 부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됐던 요소다. 우즈는 “통증은 없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페이드샷, 퍼트 완성도가 남은 퍼즐

우즈는 이번주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5주 동안 4개 대회를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숙제가 없진 않다. 페이드샷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 당겨치는 샷, 여전히 중위권을 맴도는 벙커샷 성공률(42.86%), 전성기에 못 미치는 플롭샷(높이 띄워 세우는 샷) 등에서 날카로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플롭샷이 짧아 2타를 잃었다. 3~4m 정도의 중거리 퍼트에서 들쭉날쭉한 퍼트감도 남은 퍼즐이다. 그는 4라운드에서 이번 대회 중 가장 많은 32개의 퍼트를 했다.

우즈는 “아널드파머 대회는 좋은 기억이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클럽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서 여덟 번 정상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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