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CEO-직원 연봉 격차 공개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직원의 연봉 차이는 얼마나 될까. 올해 연봉 자료를 공개한 50여개 미국 기업의 CEO와 직원 간 연봉이 적게는 수십배에서 많게는 900배까지 격차를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대기업의 CEO에 비해 직원들이 얼마를 버는지를 보여주는 ‘CEO 대 직원 연봉 비율’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낸 기업은 미국 정유사 마라톤페트롤리엄이다. 회사 직원의 연봉(중간값)은 2만1034달러(2200만원)인 반면 게리 헤밍어 마라톤페트롤리엄 CEO(사진)의 연봉은 무려 935배가 많은 1970만달러(약 209억원)에 달했다. 연봉 집계에 포함된 직원 다수(4만4000명 중 3만2000명)가 주유소, 편의점 등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임시직이기 때문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국 건강보험사 휴매나의 직원 연봉은 5만7385달러다. 휴매나의 CEO 연봉은 이보다 344배 많은 198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직원 연봉 중간값(브라질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정규직 연봉)은 1만9906달러고, CEO는 356배인 연간 708만달러를 받았다. 의료기기업체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경우 직원은 연봉으로 15만7000달러, CEO는 510만달러(직원 연봉의 32배)를 받았다.

식품 기업의 경우, 크래프트하인즈는 지난해 CEO에 직원 연봉(4만6000달러)의 91배에 달하는 420만달러의 연봉을 지급했다. 켈로그 CEO는 직원 연봉(4만달러)의 183배에 달하는 730만달러의 연봉을 챙겼다.
이같은 연봉 공개는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 월가 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 에 따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은 CEO 연봉 인상과 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투자자에 알리기 위해서 직원 연봉 공개를 의무화했다. 미국 주요기업 경영진의 보상체계에 대한 주주 및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연봉 집계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측은 이 같은 정보 공개가 직원의 노동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 체계를 정교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인 인적자원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해 투자자들이 알 권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미국 기업은 아웃소싱(외주), 해외생산 등 다양한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임금 체계를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CEO와 직원의 임금 격차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의미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WSJ는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