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커가는 'IT 드림'

핀테크업체 웹케시 - KOICA
프놈펜에 'HDR센터' 세워
DB·웹 등 SW교육 적극 지원
취업·창업 통해 'IT 우군' 양성

메신저-네이버, 게임-넷마블 등
베트남·태국 등서 서비스 확대
中·日 IT업체와 '생존경쟁' 치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에 있는 ‘코리아 소프트웨어 HRD센터’ 5기 교육생들이 지난달 27일 졸업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웹케시 제공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중심가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떨어진 톨코르크 거리. 왕립프놈펜대가 있는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태극 문양의 로고가 들어간 간판을 내건 건물을 만나게 된다. 국내 핀테크(금융기술)업체 웹케시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소프트웨어(SW) 인재를 키우기 위해 프놈펜에 설립한 ‘코리아 소프트웨어 HRD(인재개발)센터’다.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파란 셔츠와 검은 바지의 교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졸업 발표 연습에 한창이었다. 5기 졸업생인 이들은 사회로 나가 캄보디아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닦는 역할을 맡는다. 소셜미디어서비스를 개발해 창업에 도전할 사람도 있고 한국, 미국 등지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다. 계획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의 가슴속에는 캄보디아에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IT 드림’이 커가고 있었다.

넷마블은 지난해 11월 열린 ‘태국 게임쇼·빅페스티벌 2017’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과 ‘모두의마블’로 각각 올해의 모바일 게임상과 올해의 캐주얼게임상을 받았다. 넷마블 제공

◆캄보디아의 ‘IT드림’ 키우는 웹케시

HRD센터가 프놈펜에 처음 자리잡은 건 2013년 4월이다.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전담기관인 KOICA가 70%, 웹케시가 30%를 투자해 센터를 세웠다. 1999년 설립된 웹케시는 가상계좌,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처음 제작한 ‘핀테크 1세대’ 기업이다. 웹케시 창업자인 석창규 회장은 2012년 대표에서 물러난 뒤 글로벌사업에 전념하며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었다. 석 회장은 “캄보디아는 국민 소득이 1000달러대로 동남아시아에서도 빈국에 속하지만 30대 이하 젊은 인구가 70%를 차지할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HRD센터는 현지 대학의 IT 전공자를 선발해 9개월간 자바, 데이터베이스, 웹 등 소프트웨어(SW)를 가르친다. 학생들은 매일 8시간의 수업 중 2시간가량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배운다. 이번 5기 졸업생을 포함해 지금까지 312명의 캄보디아 학생이 이곳에서 한국 IT 기술을 교육받았다. 졸업생은 주로 현지 IT 기업, 금융업체에 취업한다.

센터 학생들이 공동 개발한 e러닝 서비스는 캄보디아 내 교육분야 앱(응용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회원 수 11만 명이 넘어서자 캄보디아 교육부에서 앱을 활용하겠다고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웹케시는 HRD센터에서 키운 인재들을 활용하기 위해 안랩, 알서포트, 라온시큐어 등 국내 SW기업과 손잡고 현지 SW 개발회사인 KOSIGN도 세웠다. HRD센터 졸업생 가운데 100명 정도는 이곳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석 회장은 “개발도상국에 한국을 알리고 탄탄한 유대 관계를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품과 서비스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을 잘 알고 좋아하는 IT 우군을 양성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웹툰 플랫폼 ‘코미코’ 사용자를 초청해 ‘글로벌 팬미팅’을 열었다. 코미코는 대만에서 65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NHN엔터 제공

◆게임·웹툰부터 동영상까지 ‘IT 한류’ 확산
캄보디아에서 한국 SW 확산의 씨앗이 커가고 있다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 IT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발달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메신저, 게임, 웹툰, 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IT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성공적으로 현지에 안착한 서비스는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의 메신저 서비스다. 라인은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3개국에서만 월간 이용자(MAU)가 9500만 명에 달한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라인 페이는 대만에서 22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현지 1위 서비스에 올랐고 태국에서는 대중교통 서비스인 스마트카드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게임 분야에선 넷마블이 활약하고 있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지난해 대만, 싱가포르, 홍콩에서 최고 매출 1위 게임에 올랐고 태국에서는 2위, 필리핀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넥슨은 2016년 10월 태국의 게임 업체 iDCC 지분 49%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잔여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넥슨 타일랜드’로 사명을 바꿨다. 태국 게임시장은 2017년 기준 5억9700달러 수준이지만 2020년까지 연평균 31%의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모바일 액션 롤플레이 게임 ‘HIT(히트)’는 태국에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어에서 최고 매출 순위 3,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브이라이브’는 베트남에서 월간 이용자 330만 명을 돌파했고 NHN엔터의 웹툰은 대만과 태국에서 각각 650만, 24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등 한류가 IT 분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IT 한류 지속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는 중국, 일본 IT 기업과의 경쟁이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에 총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동남아 벤처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인도네시아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고젝에 1억5000만달러(약 1640억원)를 투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게 과제”라며 “각 국가의 문화와 시장 특성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현지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놈펜=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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