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아마존 밀림에 ‘숲의 천장’으로 불리는 나무가 있다. 키가 50~60m에 이르고 몸통 지름은 3m를 넘는다. 열매도 아주 크다. 하나에 2㎏이나 된다. 그 안에 굵은 아몬드처럼 생긴 씨가 20여 개 들어 있다. 이것이 브라질 너트(Brazil nut)다.

브라질 너트는 수백 년 동안 이곳 원주민들의 식량이었다. 몸에 좋은 성분도 많다. 항산화작용을 돕고 암을 억제하는 셀레늄이 마늘보다 135배 많이 들어 있다. 미국 농무부에 등록된 6898개 식품 중 1위로 나타났다. 미네랄과 토코페롤도 많아 당뇨병, 심장병, 갑상샘 질환을 예방하는 데 좋다고 한다.

별명은 ‘천연 셀레늄의 보고’ ‘슈퍼푸드의 강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 셀레늄 함량이 높은 식물이 드물기 때문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열성파는 ‘해외 직구’에도 나서지만 대부분은 대형마트 등에서 구할 수 있다. 적정 섭취량은 하루 2~4알이다.

이것이 미국 등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브라질 너트 효과’라는 용어가 생겼다. 여러 종류의 견과류가 들어 있는 통을 열 때마다 다른 것보다 굵은 브라질 너트가 위에 보이는 현상에서 온 말이다. 흔히 ‘브라질 땅콩 효과’로 알려져 있지만, 땅에서 나는 땅콩(peanut)과는 무관하므로 ‘브라질 너트 효과’라고 하는 게 옳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알갱이들이 흔들릴 때 큰 입자가 위로 올라오고 작은 입자는 틈새로 내려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보리밥을 짓기 전에 쌀과 보리를 섞어 저으면 보리가 위로 떠오른다. 크고 작은 입자로 구성된 혼합물들은 거의 모두 그렇다.

모래와 자갈 등을 섞은 레미콘 트럭이 쉬지 않고 드럼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리얼 제품이나 가루약품을 운반하는 기업들은 장거리 수송 후 다시 섞는 작업에 많은 비용을 들인다. 지질학에서는 큰 입자가 위쪽에 쌓이는 ‘역(逆)점이층리 현상’을 설명할 때 이를 예로 든다.

로또 추첨 기계에도 이 원리가 적용된다. 공의 크기가 조금만 달라도 자주 뽑힐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공을 흔드는 게 아니라 공기압으로 뒤섞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조직관리에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생산 시스템을 견과류 통처럼 적절하게 흔들면서 각각의 성취 동기를 자극하면 역량 있는 인재가 서서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우리 마음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브라질 너트처럼 도드라지는 큰마음은 숨길 수 없다. 거기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 또한 감추기 어렵다. 때로는 밑바닥에 깔린 작은 마음의 입자에 주목해야 할 일도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열매 하나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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