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일규 경제부 기자

국민연금공단은 감사의 주요 업무를 ‘재무회계, 기금운용내역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 총괄’로 규정하고 있다. 임직원이 매월 22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걷어 500만 명에 육박하는 수급자에게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6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제대로 굴리고 있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런 막중한 자리에 이춘구 전 KBS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이 지난 9일 임명됐다. 이 감사는 전주고, 전북대 법학과를 나와 KBS에 입사했다.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 심의실 심의위원을 거쳐 전북대 산학협력단 초빙교수를 지냈다. 이력만으로는 국민연금 감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공단 안팎의 견해다.

이 때문에 이 감사가 지연, 학연으로 임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국민연금 본사가 새로 자리잡은 전주 출신인 데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의 전주고 선배이기 때문이다. 이 감사가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으로 일하던 때 김 이사장은 전라북도의회 의원을 거쳐 전주 지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7일 금융감독원 감사에 임명 제청된 김우찬 변호사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울산 학성고,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등을 지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땐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금융이나 감사 관련 경력이 거의 없는 그가 금감원 감사에 임명되자 “(경희대 법대를 나온) 대통령 동문 후배라서 임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권 철학에 맞춘 ‘코드 감사’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감사로 임명된 임찬규 씨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같은 날 임명된 허정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는 문재인 캠프 미디어특보단에서 일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공기관마다 ‘낙하산 기관장’이 속속 내려앉고 있는 것과 관련해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감사 자리까지 그렇게 생각해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의 임무는 견제와 감시다. 기관장과 감사가 사실상 ‘한 몸’이 됐을 땐 누가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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