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눈 - 한정훈 미래가치투자연구소 소장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
공급 부족·거래 두절 불러

강남 등 '황금알 지역'
아파트 매물 안 나올 것
덩달아 가격 올랐던 곳은
집값 조정 이어질 듯
연이어 나오는 부동산 대책들을 보면 정부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은 악’이라는 전제조건을 깔아놓은 뒤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서울 강남권을 가장 중요한 타깃으로 꼽고 있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재건축을 강하게 규제해야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집값 상승의 이유를 투기세력 탓으로 규정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보유세를 통해 미실현 이익에도 분담금과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엄포 중이다.

이처럼 강한 규제에도 시장은 잠시 주춤했을 뿐 아파트 가격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괘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급기야 재건축시장 규제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까지 꺼내들었다. 연한을 4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그에 앞서 재건축의 관문인 안전진단기준을 강화했다.

지금까지는 구조안전에 대한 비중을 줄여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안 좋을 경우엔 튼튼한 아파트라도 안전진단을 통과시켜줬다. 주차나 층간소음 문제 등이 해당한다. 이달부터는 구조안전 비중을 크게 높여 주거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안전에 대한 위험이 없는 아파트라면 안전진단을 통과시키지 않기로 했다. ‘초(超)스피드’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 5일부터 적용돼 많은 재건축 대상 단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주택 공급을 원천 차단한다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하다. 서울에서 올해로 준공 30년차를 맞은 아파트는 67개 단지 7만3000가구다. 이 가운데 강남4구(서초 강남 송파 강동)는 14개 단지 1만7000가구다. 비(非)강남권이 강남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강남을 타깃으로 한 규제가 오히려 강남이 아닌 곳을 더 옥죌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목동과 상계동, 성산동 등지의 재건축 아파트 주민의 집단 반발에 당황한 국토교통부는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아파트는 구조안전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효과가 미미한, 반발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규제는 거래 단절로 시장을 잡는 정책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문제는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을 급등시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공급이 가장 부족할 지역은 어디일까. 당연히 정부에서 가장 강하게 규제하는 강남권이다. 기본적으로 학군 수요와 직장 수요를 갖추고 있어 항상 공급이 부족한 곳이다. 강남 집값을 단순히 투기꾼이 끌어올린다는 구태의 발상으론 시장을 안정시킬 혜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4월 이후 시장은 양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호도 높은 지역의 똘똘한 주택은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선호도가 떨어지지만 전체 시장 상승 국면에서 올랐던 주택들의 가격 조정은 당연할 것이고 매물도 시장에 나올 것이다. 오르는 곳과 오르지 않는 곳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극차별화 시장’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오를 지역은 어디인가. 역시 정부가 가르쳐줬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순서다. 규제가 강한 곳일수록 공급 부족으로 인한 투자가치가 커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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