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허수영 잇따라 동남아행…사업차질 방지·조직안정화 총력

신동빈 회장 구속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총수 공백'을 메꾸고 조직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2월 통합 시너지 창출을 위해 조직된 4개 사업부문(BU)을 이끄는 부회장단도 신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각 사업부문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11일 롯데에 따르면 지난달 신 회장 구속 직후 결성된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황 부회장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해 응웬 수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현지 투자 확대 및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롯데는 1990년대부터 식품·외식사업 부문을 시작으로 유통·서비스·건설 등 그룹의 핵심사업이 잇달아 베트남에 진출하며 활발한 현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롯데제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자산개발,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등 16개 계열사가 현지에 진출해 1만1천여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평상시 같으면 롯데가 현지에 진출한 국가의 총리 면담은 신 회장 몫이었겠지만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황 부회장이 사업의 중요도를 고려해 직접 회장 대행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 구속으로 구심점이 사라진 한일 롯데 간 연결고리 역할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어가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황 부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핵심 경영진과도 수시로 소통하며 재점화 조짐을 보이는 총수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도 대비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다시 경영권 복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황 부회장이 일본 측과 수시로 소통하며 만반의 대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 전 신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황 부회장이 조만간 직접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롯데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화학 부문을 총괄하는 허수영 화학BU 부회장도 활발한 국내외 사업장 방문 점검 등을 통해 조직 안정화를 꾀하면서 황 부회장을 거들고 있다.

3월 중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 중국 자회사와 여수, 대산, 울산의 국내 사업장을 방문할 계획인 황 부회장은 5월에는 동남아 출장길에 올라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사업장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말레이시아 방문 기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석유화학회의(APIC)에 참석해 글로벌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허 부회장은 6월에는 유럽으로 건너가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LC UK 등 현지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해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할 계획이다.

롯데 화학BU 관계자는 "허 부회장은 지난해 BU 체제 출범 후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매월 간담회를 하고 협력 시너지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며 "잇단 국내외 사업장 점검을 통해 총수 공백에 따른 사업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재혁 부회장이 이끄는 식품BU는 국내외 사업장 정기교류 강화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식품 부문이 강한 일본 롯데와의 교류를 확대해 시너지 효과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도 10여 차례 이상 진행한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간 교류회는 이달 말까지 마케팅, 영업, 생산, 연구, 글로벌 등 분야에서 5차례 이상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 식품BU는 일본 롯데 측 연구원들이 연구 분야 교류를 위해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한국 롯데를 다녀갔다고 전했다.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들은 이런 교류 확대와 협업관계 구축을 통해 공동 연구, 신제품 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송용덕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호텔&서비스BU도 최근 롯데호텔, 롯데JTB, 롯데면세점, 롯데홈쇼핑 등 주요 관광·유통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지난해 12월 오픈한 일본 롯데 아라이리조트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는 등 일본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추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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