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14년째 55명으로 묶여 있다. 게다가 20년 전보다 39%(35명)나 줄었다(한경 3월9일자 A10면 참조). 컴퓨터사이언스(CS) 전공자가 600명을 넘는 미국 스탠퍼드 등 해외 유명 대학은 물론 연세대(118명), 고려대(115명) 등 국내 사립대학들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그 배경에는 18년 전 학생 정원을 놓고 벌어졌던 교수 사회의 ‘기득권 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2000년 공대 컴퓨터공학과와 자연대 전산과학과가 공대 컴퓨터공학부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두 학과를 합쳐 90명(1998년)이던 정원이 79명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69명(2001년), 55명(2005년)으로 계속 쪼그라들었다. 교수 사회의 기득권 다툼과 대학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다를 게 없다. 대학 당국에서 학문 수요 변화를 반영해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하려고 해도 교수들의 ‘철밥통 지키기’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트렌드인 학제 간 융·복합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서울대는 2008년부터 교수 한 명이 두 곳 이상 단과대에 소속돼 강의를 하는 ‘겸무 교수제’를 시행 중이지만 10년이 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도 다양한 전공 교수들로 구성된 공동 강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연간 두세 개에 불과하다. 미국 대학들이 학과·학문의 벽을 헐어 ‘혁신 경연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4년 전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시동을 걸었던 카네기멜론대, 2011년 ‘AI 붐’을 촉발한 스탠퍼드대 등의 혁신은 국내 대학들엔 꿈꾸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교수들이 아직도 학제 간 융·복합을 ‘우리 과(科) 자리 뺏기’로 생각하는 한 대학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 2012~2016년 한국에서 나온 AI 관련 논문 수는 6598건에 그쳤다. 중국(4만8205건), 미국(2만9750건), 일본(1만3271건), 인도(1만1978건) 등에 한참 못 미친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교수들의 철밥통부터 깨부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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