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을 희망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북·미 간 탐색대화조차도 확실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예상을 깬 급반전이다. 4월 말 남북한 정상회담도 잡혀 있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전기(轉機)를 맞은 것이다.

상황이 급반전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 경제는 제재로 인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대북 제재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를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공조는 이완될 수 없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던지며 북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대한민국의 대(對)북한 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북한 핵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검증 방법 등 부딪힐 만한 대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북한이 3대 정권에 걸쳐 명운을 걸고 개발해 온 핵을 쉽사리 내려놓을리는 만무해 보인다. 김정은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만 했을 뿐, 실행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핵 폐기를 위한 실행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할 속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로 표현한 것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미국의 대(對)한국 핵우산 철회, 한·미동맹 파기, 주한미군 철수 등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 25년간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북한의 ‘체제 보장 후 비핵화’ 주장에 대해 ‘비핵화 후 체제보장 논의’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이룰 때까지 북한에 어떤 보상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더라도 북한이 완전하게 핵을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늦춰선 안 될 것이다. 김정은이 핵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너뜨리려는 수단으로 삼게 할 여지를 주는 일은 조금이라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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