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산업 키우던 당국
올초 해킹사고 이후 강경책 급선회
보안시스템 취약한 거래소 7곳에
영업정지 명령 등 행정처분

해킹 사고낸 거래소 코인체크
26만명 전원에 보상해주기로

일본 정부의 제도권화·양성화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해온 일본 가상화폐 시장이 기로에 서게 됐다. 올초 580억엔(약 5813억원)어치에 이르는 가상화폐 유출사건이 발생한 뒤 감독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매서워지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해킹 대책 및 고객보호 준비가 미비한 7개 가상화폐거래소에 업무정지를 포함한 행정처분을 내리는 강경책을 선택했다. 신기술 육성을 위해 가상화폐 제도화에 우호적이던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꿔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까지 고려하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에 칼 꺼낸 금융청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최근 시행한 현장조사에서 문제점이 확인된 가상화폐거래소 두 곳에 대해 지난 8일 업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요코하마에 있는 FSHO와 나고야 소재 비트스테이션이 고객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 등이 확인돼 1개월간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일본 금융당국이 가상화폐거래소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청은 이와 함께 가상화폐 도난사고가 발생한 코인체크와 테크뷰로, GMO코인, 바이크레멘츠, 미스터익스체인지 등 5개사에 고객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책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업무개선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아직 가상화폐거래소로 정식 등록을 마치지 못한 비트스테이션 등 3개사는 등록신청을 취하키로 했다. 이들 거래소는 조만간 가상화폐 사업을 중단할 전망이다.

코인체크가 지난 1월26일 보안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가상화폐 NEM(뉴 이코노미 무브먼트)의 거래를 중개하다 해킹을 당해 26만 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보자 금융청은 일본 내 모든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해 긴급 실태조사를 했다.
◆‘육성’에서 ‘엄격한 감독’으로

금융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책방향이 급선회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결제수단으로서 가상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했고,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거래소를 등록제로 운영키로 하는 등 지금까지 가상화폐 양성화·제도화에 앞장섰다. 일본 기업회계기준위원회(ASBJ)는 기업이 가상화폐를 활용할 때의 회계규칙을 마련했고, 기업들이 가상화폐 등을 활용해 선물거래를 하는 길도 텄다. 한마디로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신기술 도입의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가상화폐 육성’으로 정책의 줄기를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 이후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투기수요가 급증했고, 대형 도난사고까지 발생하자 ‘엄격한 감독’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했다. 금융청은 조만간 가상화폐 제도 개정을 검토하는 연구회를 마련키로 했다. 가상화폐 증거금 거래 배율의 상한을 마련하는 등 안전장치도 강화키로 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인 ‘가상화폐공개(ICO)’에 대한 규제도 검토하고 나섰다. 향후 실태에 맞는 규제를 도입하고 관련법 개정도 검토키로 했다.

가상화폐 유출사건이 발생한 코인체크는 다음주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와다 고이치로 코인체크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NEM 보유자 26만 명에게 다음주 안에 보상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출된 NEM 5억2630만XEM(NEM의 단위)에 대해 XEM당 88.549엔(약 887원)으로 총 463억엔(약 4640억원)을 보상한다는 설명이다. 코인체크는 이를 위해 600억엔(약 6013억원)을 보상자금으로 마련해놓았다고 주장했다. 코인체크 측은 현재 정지 상태인 거래 서비스도 시스템 안정성을 확인한 뒤 내주부터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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