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5년동안 9시뉴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소식을 듣게 될 것입니다.
간혹 국민여러분에게 '내가 잘못봤나, 문재인 정부가 뭔가 잘못가나' 하는 소문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을 지지하고 계속 사랑해줘야 하는 때입니다."

한경 DB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된 후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의 볼에 축하의 뽀뽀를 퍼부으며 한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경쟁관계였던 안희정 전 지사에게 "아직 젊고 내 뒤를 이을 대통령 감이다"라고 추켜세우며 "민주당이 20년~30년 집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지사가 하루아침에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며 정국을 패닉상태에 빠트렸다.

안희정 전 지사는 9일 오후 5시경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국민 여러분께,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면서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수사를 받겠다"면서 "국민 여러분이 저에게 주신 많은 사랑과 격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젠틀하고 자상한 젊은 정치인, 중도 보수를 자처하는 행동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모두 가면에 불과했던 것일까.

안희정, 굳은 표정으로 검찰 출석 (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전 지사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4차례에 걸쳐 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을 1년 이상 수차례 성폭행·성추행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5일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자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졌다.

이윤택 감독, 고은 시인 등 좌파 인사로 분류됐던 유명인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여론이 따갑던 터에 민주당 잠룡으로 분류됐던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는 큰 타격을 줬다.

충남지사 예비후보였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급히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고 전략 변경에 분주한 상황이다.

민주당 또한 성폭행 혐의가 보도되자 마자 1시간 후 긴급회의를 통해 안지사의 민주당 제명을 전격 발표했다.

두문불출하던 안 전 지사는 폭로 3일째인 8일 오후 3시 성폭행 의혹 사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2시간 전 전격 취소했다. 기자회견 보다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변호인단의 법적 자문을 마친 입장문이 전날 두번째 폭로로 인해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그 어떤 해명도 변명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 이같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봤다.

선망받던 정치인, 충남도민들에게 '우리 희정이'로 추앙받던 안 전 지사의 정치생명이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절친 박수현 전 대변인조차 "안 전 지사의 정계은퇴는 불가피하다"고 말할 정도다.

정치권에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점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게 하고 있다.

오는 6.13 지방선거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첫 중간 평가라는 점에서 중요한 분수령이다. 안 전 지사의 검찰 출두와 향후 조사결과가 정국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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