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회사의 ‘적정 배당’ 수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당 확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상장사의 배당금 규모는 커졌지만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 등 배당 지표는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주주에게 돌아가는 과실이 작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16.02%로 미국(38.62%), 일본(34.08), 중국(30.87%), 인도(30.21%) 등 주요국 배당성향의 절반을 밑돌았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은행 이자보다 높은 배당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게 사회 전체 효용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 여력이 감소해 신사업 진출이 어려워지면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배당 확대 혜택은 대부분 외국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보기술(IT)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업종의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계 특성상 이익으로 배당을 늘리기보다 투자 확대에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찬성
저금리 장기화로 배당에 관심 쏠려…국내 기업 배당성향 美·日 절반 불과

늘어나는 현금성 자산,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의 형태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것은 기업의 기본적인 의무에 해당한다. 주주의 ‘목적 함수’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경영 활동이다.

국내에서 배당은 오랫동안 투자자와 기업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주식 투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양도 차익을 얻는 데 치중됐다. 경제성장이 빠를 때는 기업의 성장도 빠르고 주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익을 배당으로 분배받는 것보다는 투자 확대에 따른 미래 주가 상승으로 보상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저금리가 장기화하는 시기에 배당의 의미는 달라진다. 한국 경제는 물리적 자본의 축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성장률이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도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7년까지 한국 경제는 연간 4~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연 2~3% 성장하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률 둔화는 필연적으로 기업 성장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주가 상승 속도도 떨어뜨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낸 국내 기업 주가는 2011년 이후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답보 상태를 보여왔다. 저조한 경제성장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이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양도 차익 기회가 줄어들 때 배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거와 달리 주식을 장기 보유해도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으면 배당 수익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도 배당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국내 시장 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7월 말 연 5.80% 수준이었다. 이달 들어서는 연 2.3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상장회사의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은 2016년 1.77%에서 지난해 1.68%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이 정도의 배당수익률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거의 없었다. 은행 금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당 확대를 통해 은행 금리 수준의 수익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주주의 배당 확대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산업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기업이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신규 투자는 부진해지는 데 비해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신규 투자로 연결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익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당을 통해 주주는 개인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결국 국가 경제의 후생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 들어 국내 상장회사의 배당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이나 배당수익률은 주주의 눈높이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배당 확대에 대한 주주 요구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배당 수준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반대
배당 늘어나면 기업 투자여력 감소…기업 장기가치 떨어져 주주에 손해

대형사 지분 절반이 외국인…국부 유출 위험도


매년 3월 대다수 상장회사는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등 여러 중요 사안을 결정한다. 올해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고율 배당도 주요 논의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율 배당이 해당 기업, 나아가 국가 경제에 궁극적으로 이익이 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고율 배당을 결정한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단기적으로는 주주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지만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이익으로 주주 배당을 늘리면 그만큼 기업 투자는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은 2010년 13.5%, 10.2%였는데 2016년에는 28.9%, 12.85%로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이들 기업의 시설 투자는 43조8000억원에서 13조9000억원으로 68.2% 감소했다. 주식 배당 증가가 기업의 투자 감소를 불러온 것으로 해석된다.

과도한 배당은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여력이 감소해 신사업 진출이 어려워지면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의 훼손을 가져와 장기 투자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1980년대 기업의 설비 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13.9%였고,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20.4%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설비 투자 연평균 증가율이 4.9%로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의 연평균 상승률도 12.8%로 떨어졌다. 2011~2016년 기업의 설비 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1.5%로 하락했고 코스피지수 연평균 상승률도 2.1%에 그쳤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세 차익을 통해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고배당으로 기업 투자가 줄면 그 피해가 결국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이미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기업의 배당 증가는 외국인 투자자를 최대 수혜자로 만든다. 이는 결국 국부 유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배당에만 7조원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는 3조5000억원 이상의 이득을 보는 반면 국내 개인 투자자 몫은 1400억원에 그친다.

상장사의 외국인 배당액 추이만 보더라도 국부 유출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내 상장사의 외국인 배당액은 2010년 4조4000억원에서 2016년 8조8000억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투자 비중은 2010년 말 31.2%에서 2016년 말 31.8%로 거의 변화가 없다.

기업이 당해 연도에 실현한 이익에 맞춰 주주에게 배당을 늘려 보답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 그러나 과거 우리 기업이 영업이익을 유보하고 이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신규 산업에 진출하고 일자리를 늘려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성장 모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를 이겨내고 세계 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근시안적인 배당 확대 노력보다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게 진정으로 투자자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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