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가로막는 기득권 벽을 깨자

"규제 없애거나 사업자 선정 때 국민 편익보다 감사 먼저 의식"
“감사원의 감사 시스템도 절반 이상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경제부처의 A국장은 ‘관료사회가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규제 철폐에 몸을 사리거나 아예 복지부동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공무원사회에서 ‘갑(甲) 중의 갑’이 감사원”이라며 “감사원의 이른바 ‘정책감사’ 때문에 공무원이 일을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라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통상 2~3년에 한 번씩 ‘기관운영감사’를 하거나 대형 국책사업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벌인다. 과거 감사원은 공무원 횡령 등을 적발하는 ‘회계감사’에 집중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때부터 공무원의 정책 판단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지는 ‘정책감사’를 도입했다. 단순 회계부정 적발을 넘어 각 부처 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적극적 감사’가 필요하다는 명분에서였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감사원의 정책감사는 이제 일종의 ‘적폐’가 됐다”며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적 판단은 무 자르듯 잘잘못을 명확히 가리기 힘든데, 해당 분야 전문성이 떨어지는 감사원이 ‘실적 쌓기용 꼬투리 잡기’를 하거나 무차별적으로 ‘사후 평가잣대’를 남발해 공무원을 징계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창의적인 행정을 하기는커녕 몸을 사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세 번이나 감사를 받았는데도 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 감사를 받고 있는 4대강 사업처럼 감사원은 ‘코드감사’마저 남발하면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경제부처의 B과장은 “공무원들은 파급력이 큰 정책을 도입하거나 규제를 풀 때, 특정 사업자를 선정할 때, 국민 편익보다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한 논리부터 챙기는 경우가 많다”며 “공무원의 상전은 국민이 아니라 감사원이란 생각마저 든다”고 푸념했다. 사회부처의 C과장은 “행시 동기 중 한 명은 4대강 사업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세 번이나 받았다”며 “정권이 바뀌면 문제가 될 사안에 대해 누가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전직 장관은 “국회도 행정부에 대한 정책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원 정책감사는 정부부처 입장에선 이중 감사”라며 “감사원 감사를 회계감사로 국한하고 국회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정책감사를 허용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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