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를 개발한 존 펨버튼은 약제사였다. 그가 코카(coca)나무 잎과 콜라(cola)나무 열매에 탄산수를 섞어 첫 제품을 완성한 것은 1886년. 당시에는 제약 사업이 유행했다. 하지만 그는 ‘약’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애썼다. 최초의 광고에서도 ‘코카콜라! 향긋하고 시원하고 마음을 유쾌하게 하며 기운이 넘치게 한다!’며 음료 기능을 강조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사업권을 확보한 기업가 아서 캔들러도 이 기조를 유지했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때 약품에 전시특별세를 매기는 법률이 통과되자 법정투쟁을 벌여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이후 약물 규제에서 벗어난 코카콜라는 전 세계 탄산음료 시장을 석권했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도 1941년 대미 선전포고를 하기 전까지 코카콜라 마니아였다. 원액 수입 길이 막히자 대용품인 ‘환타’를 개발하라고 독려할 정도였다. 코카콜라는 1985년 우주왕복선 챌린저에 실려 지구 바깥까지 나갔다.

그런 코카콜라가 130여 년 전통을 깨고 술을 만든다는 소식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외신들은 어제 “무알코올 음료만 고집하던 코카콜라가 알코올 음료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첫 제품은 소주에 탄산과 과즙을 섞은 일본의 저알코올 음료 ‘추하이’다. 일본의 추하이 시장은 연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변신을 주도하는 인물은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다. 그는 지난해 5월 취임하자마자 “탄산음료에 집착하지 않고 차와 생수 등 모든 음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탈(脫)콜라 전략’을 선언했다. 탄산음료가 비만·당뇨 등의 주범으로 몰리자 사업 다각화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는 지난해에만 500여 개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이를 실천했다. 주스와 콩음료, 유제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국 곡물음료회사까지 인수했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에 있는 주문자가 스마트폰 결제로 음료를 선물하면 소비자가 주변 자판기에서 바로 꺼낼 수 있는 ‘인공지능 자판기’를 선보였다. 코카콜라가 200여 개국에서 파는 음료는 하루 20억 개에 육박한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도 1억4000만 명에 이른다. 빅 데이터로 이들의 기호에 맞는 조합을 찾아낼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에 대해 코카콜라 최대 주주인 워런 버핏은 “매우 똑똑한 투자”라며 환영했다. 코카콜라는 펩시콜라의 도전을 물리치는 과정에서도 제품 개선과 마케팅 차별화로 혁신을 거듭했다.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주저앉은 코닥의 실패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언젠가 제약 분야까지 진출할지 누가 알겠는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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