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kej@hankyung.com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 청와대가 지난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임을 발표한 직후 한은 노동조합이 내놓은 성명서의 첫 문구다. 이 총재 연임을 대놓고 반대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은 안팎에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관료 출신이나 교수 등이 낙점되면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며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여느 공기업 및 금융회사 노조와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다. 한은 노조는 이 총재 연임보다는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된 외부 출신 인사 A씨를 적극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노조는 이 총재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오는 21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 전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은 노조가 이 총재 연임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든 것은 원만하지 않은 조직 운영이다. 지난 4년간 특정 학교나 인물 중심의 편파적 인사가 계속돼 직원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게 한은 노조 주장이다. 김영근 한은 노조위원장은 “새로운 인물에 의한 조직 쇄신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선 노조의 반대가 다른 꿍꿍이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직 사정과 직원 개개인을 속속들이 잘 아는 이 총재 연임이 확정되면 아무래도 업무 압박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 반대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한은 노조 한 관계자도 “차라리 한은 내부를 잘 모르는 외부 출신을 원했다”고 털어놨다.

한은 노조는 이 총재의 통화정책 역량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4년간 정권 친화적인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상당수 한은 직원 생각은 달랐다. 실제 한은 노조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이 총재 연임 관련 긴급 설문조사(참여자 830명) 결과 응답자의 58%가 ‘이 총재 통화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일 수 있다. 오히려 중앙은행 신뢰도만 갉아먹을 뿐이다. 물론 내부로부터 제기되는 불만을 잠재우고 안정적인 통화정책으로 연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는 건 순전히 이 총재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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