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모뉴엘 사기로 법정관리
작년말 지분 절반 게임사에 팔려

'주가조작·회삿돈 횡령·70억 체납'
조모씨 형제가 게임사 실질경영
10억8000만원에 잘만테크 인수
재고자산 떨이로 팔며 돈 챙겨
한때 컴퓨터 냉각장치인 쿨러 세계 시장의 30%를 장악한 잘만테크가 70억원에 달하는 세금 체납자들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일본 쿨러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잘만테크는 이들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1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재고자산이 헐값에 처분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잘만테크는 모회사인 모뉴엘의 무역금융 사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말 회사 지분 50%가 AK인터렉티브라는 온라인 게임 회사에 매각됐다. 하지만 AK인터렉티브의 인수 이후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등기된 대표이사는 김철진 사장인데 실제로 회사에 상주하며 경영을 총괄하는 인물은 조모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회사 내부망에서 김 사장 위에 있을 뿐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보고도 받고 있다. 최근 잘만테크 미국 법인의 등기 이사로 오르기도 했다.

등기 임원이 아닌 조 회장이 회사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그가 AK인터렉티브 실소유주인 조모씨의 친형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2008년 자신이 갖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 조이토토의 주가를 조작한 뒤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100억원을 챙겨 미국으로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조씨가 횡령 혐의를 받자 조 회장이 대표이사가 돼 고의 상장폐지 의혹을 받는 각종 업무를 처리했다.
미국과 멕시코, 중국 등을 전전하던 조씨는 검찰이 해외 사법당국과 공조해 강제송환 절차를 밟자 2012년 들어와 1년6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AK인터렉티브를 설립해 조이토토 시절 온라인 게임 ‘거상’의 후속작을 내놨다. 그동안 형제가 체납한 세금은 모두 36건, 69억4500만원에 이른다. 7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체납한 이들이 10억8000만원을 들여 잘만테크를 인수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 “2010년 빼돌린 돈이 잘만테크 인수의 종잣돈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잘만테크를 인수할 당시 100억원에 이르던 재고자산은 70억원까지 줄었다. 이미 생산한 쿨러를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서다. 이런 식으로 재고자산을 모두 처분하면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은 70억원으로 추산된다. 잘만테크 인수 자금의 6배를 넘는 금액이다. 조 회장은 잘만테크 실소유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게 왜 궁금하나. 할 말이 없다”는 간략한 답만 내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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