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펠드스타인 - 하버드대 교수·前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작년 美 부채 GDP의 76% 달해
이대로라면 10년내 100% 넘을 것

레이건이 도입한 정책 '효과'

연금 전액 받는 연령 2년 상향
사회보장·의료 혜택은 유지하며 세금 안올리고 재정 지출 줄여

트럼프, 재정적자 줄이려면

67세서 70세로 연금연령 높이면 GDP의 1% 예산 지출 줄어
메디케어 예산도 대폭 삭감… '능력'있는 개인 부담 늘려야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미국 연방정부의 가장 시급한 국내 과제는 치솟는 부채와 재정적자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거의 두 배로 불어나 2017년 국내총생산(GDP)의 76%에 달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10년 안에 GDP의 100%를 넘어선다. 이 경우 미국은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화 국가 중 하나가 된다. 더 높은 나라는 그리스, 이탈리아, 일본뿐이다.

향후 10년 동안 예상되는 부채 증가의 대부분은 낮은 세율과 자녀소득공제 및 표준공제액 증가 등을 포함한 최근 개인소득세 인하의 결과다. 개인 소득세 감면은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법인세 개혁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의회 통과를 위해 법안에 포함됐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미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과세를 변경하는 등 기업세제를 개편한 것은 생산성을 높이고 실질 임금을 올릴 것이다. 세제 개편이 부채 문제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 많은 트럼프 비평가들 주장과 달리 정부가 지난 1월 국방예산을 늘린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이는 부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위험할 정도로 낮아진 국방 예산을 뒤늦게나마 조정한 것이었다. 정치적 기회가 있을 때 이런 우선순위 정책(법인세제 개혁과 국방예산 증가)을 시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 관심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쪽으로 향해야 한다. 경제를 해치는 세금 인상 없이 미래 적자를 줄이려면 정부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자들은 두 가지 프로그램에 중점을 둬야 한다. 부채에 대한 이자를 제외하면 향후 10년 동안 예상되는 지출 증가의 3분의 2는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노인·장애인 의료보장 제도)로 인한 것이다.

2018년부터 2027년까지 사회보장연금 지출은 GDP의 1%, 메디케어 지출은 GDP의 1.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을 합치면 GDP 대비 재정적자 증가분의 2.4%를 차지한다. 이를 절반으로 줄이면 2027년 재정적자는 GDP의 5.2%에서 4%로 감소한다. 또 미래 부채비율이 GDP의 100% 이상에서 76%로 줄어든다. 충분하진 않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춘다고 실제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메디케어, 사회보장 혜택은 줄이지 않고 예산은 아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위반하지 않을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사회보장연금 지출 증가를 늦추기 위해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다. 1983년에 의회는 사회보장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였다. 이 정책은 긴 유예기간 후 시행되도록 설계돼 당시 은퇴에 가까워지는 사람 중 아무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연령 상향은 천천히 진행됐다. 완전한 영향은 2027년까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점진적으로 접근한 결과 대중의 저항이나 폐기하려는 입법 시도도 없었다.
1983년 이후 60대 중반의 평균 기대수명은 3년가량 증가했다. 연금 전액을 받는 은퇴 연령을 67세에서 70세로 3년 올리면 사회보장연금 지출의 약 5분의 1, 즉 GDP의 1%를 줄일 수 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연금 전액을 받는 연령을 자동으로 높이는 법을 통과시킨다면 더 좋을 것이다. 고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사회보장 기록에 평생 소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 사람에겐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메디케어 예산 감축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의 2019 회계연도 예산은 메디케어 지출 증가액을 10년 동안 5000억달러, 이 프로그램 예산의 약 5%까지 줄이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메디케어는 근로소득세의 일부와 외래 진료·의약품 커버리지에 대해 청구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메디케어 총지출의 절반에 불과하다. 소득과 상관없이 메디케어 파트A 가입자들은 입원 치료에 대한 보험료가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메디케어의 외래 및 의약품 커버리지 대상자의 약 95%가 보험급여의 약 25%만을 부담하는 표준 보험료를 내고 있다. 2019년부터 50만달러 이상의 소득자는 85%를 부담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가입자의 1% 미만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메디케어 가입자들이 외래 진료 커버리지에 대해 지급하는 보험료는 점차 증가할 것이다. 동시에 보험료는 입원 치료 항목으로 확대될 수 있다. 저소득층 은퇴자들은 면제될 수 있고, 보험료 인상이 소득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정부의 사회보장보험과 메디케어 지출이 증가하는 것을 늦추기 위한 다른 많은 방법이 있다.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부채가 경제 안정을 위협하기 전에 이들 프로그램의 장기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원제=Reagan’s Cure for America’s Debt Disease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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