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정부발의 가능성 언급…秋 대표 '지원사격'
야권에선 "국회가 주도해야…정부 주도 개헌논의 철회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7일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문제를 두고 저마다 다른 의견을 냈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발의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은 국회에서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주도 개헌 논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회의에 배석한 각당 대변인들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서는 먼저 조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개헌을 언급했다.

조 대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하는 것이 맞다.

정부 주도의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칫 국민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고, 또 국론이 분열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정부 주도의 개헌 논의를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달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런 의견을 서면으로 작성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 대표 역시 모두발언 후 비공개 회동에서 "국회가 주도해 개헌 논의를 이끌어야 하고 각 정당은 개헌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대통령도 시기에만 집착해서 무늬가 엉성한 개헌을 추진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차원의 개헌이 안 될 경우 정당끼리 그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결국 정부 안대로 개헌이 이뤄지면 최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논의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 발의 가능성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회동에서 "국회가 우선이긴 한데, 국회가 (논의를) 안 하고 있으니 정부가 개헌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라며 "국회가 필요한 시기까지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으면 정부가 발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은 일종의 국정 블랙홀과 같은 것이고, 그래서 얼른 마무리 짓고 다른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놓치면 개헌의 모멘텀을 만들기 쉽지 않다.

국회가 좀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 국회에서 (개헌 논의에) 속도가 안 나 답답하다.

속도를 좀 내달라"며 "개헌은 내 공약이기도 하지만 실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하기로 한 것은 당시 다른 대선후보의 공약을 받아들인 것이다.

국민적 약속이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목소리 톤이 다소 올라가기도 했다고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설명했다.

추 대표는 회동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를 가리키며 "두 분은 강한 지지세력을 가진 지난 대선 후보였고, (대선 당시) 국민께 개헌 날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자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은 당시 야당 후보의 제안을 수용한 측면이 있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추 대표는 "국민은 모든 후보의 약속을 믿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지지 역시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 중간 "나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얘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홍 대표는 회담 말미에 추 대표 등이 개헌 문제를 꺼내려고 하자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는 하지 않겠다.

회동을 종료하고 싶다"고 얘기해 회동이 마무리됐다고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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