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의 기여를 독식하는 플랫폼 사업
가상화폐로 금전적 보상 가능해진 만큼
일부 이익 되돌려 줘 혁신기반 넓히길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지난해 5월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며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많은 사람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사업화하는 것을 주저한다. 만약 사업화에 실패한다면 기본적인 삶조차 보장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혁신적이고 새로운 상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될 게 분명하다.

저커버그의 아이디어에 파이낸셜타임스의 혁신담당 편집자 존 손힐은 칼럼을 통해 “기본소득은 페이스북이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보편적 기본소득 논의의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것과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손힐의 주장은 한 달 사용자 기준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전 세계 20억 명의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고, 소식을 전하고, 사진을 올리는 등 지식과 정보 관련 노동을 하고 있는데 그 노동 결실을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는 페이스북이 이를 반환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손힐의 이런 주장에 필자는 깊이 공감한다. 그러면 20억 명이나 되는 이용자들의 작은 노동 행위에 대해 어떻게 지불하느냐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를 주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이제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작은 노력이나 선한 행위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보상을 하기가 어려웠다.

예를 들어보자. 한 학생이 빈 강의실 전등 스위치를 내리는 행위로 인해 학교는, 더 나아가 국가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 학생의 행위에 대해 10원을 보상한다고 치자. 현재의 금융시스템에서는 10원을 지불하기 위해 은행에서 결제, 송금한다면 그 과정의 비용이 족히 1000원은 들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노력과 행위로부터 이익을 취하지만 이런 노력과 행위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 사업 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하는 대부분 사업이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은 물론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청소년이 아이돌 그룹 팬클럽에 가입해 응원을 하고 글을 올리고 함성을 지르지만 이들의 열정과 노력은 그들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평가되며, 그들의 열정에 대한 보상은 소속사가 모두 취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가치로 전환되고 이 가치에 대해 보상할 길이 열린다면 각자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을 하거나 선한 행위를 함으로써 일부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기존 아날로그 화폐 시스템에서는 화폐가 갖는 물리적인 제약과 그 화폐가 전달되는 과정에 연결된 고(高)비용의 중개기관들로 인해 수천만 혹은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10원, 20원 같은 소액을 매시간 혹은 매분 지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들은 매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작은 노동이나 봉사에 대한 보상을 꿈도 꿔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는 중개기관이 없고 비트코인의 경우 1000만분의 1개까지 나눌 수도 있다. 또 가상화폐는 빛의 속도로 수천만,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지급할 수 있으니, 이제는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해 놓고 이를 이용하는 수십억 개의 작은 노력들이 맺어놓은 열매를 독차지했던 사업자나 기관들이 그 이익을 나눠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플랫폼 구축에 비용도 들고 했으니 다 나눠주라는 것은 아니다.

일부를 그 제공자들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되레 이용자들의 참여 동기를 유발할 수 있으니 이용자들과 함께 발전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런 것이 기술의 혁신이 가져다줄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의 경제 민주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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