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시설안전공단·건설기술연구원 참여
육안조사 통과 관행 '원천봉쇄'
공공기관 조사 의무화도 검토

이르면 19일 이후 시행 가능성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강화조치의 ‘2탄’으로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에 공공기관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지조사에 공공기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사전 단계 성격을 띤 법안이라 주목된다. 현지조사가 까다로워지면 구조안전성평가 비중 상향 등 본(本)안전진단 요건 강화 이상으로 재건축이 어려워진다.

◆요식행위식 현지조사 까다로워져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6일부터 15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예고된 안전진단 기준 고시와 마찬가지로 열흘간이다.

개정 시행령은 현지조사 담당기관인 시·군·구가 한국시설안전공단 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현지조사를 의뢰할 수 있게 했다. 두 기관은 의뢰일부터 20일 이내에 결과를 시·군·구에 제출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현지조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조사 서식을 보면 본안전진단 이상으로 세분화돼 있다. 지반, 균열, 변형, 하중, 구조체 노후화, 접합부 등의 상태를 살피는 구조안전성조사와 전기·통신·기계설비 노후도 및 외벽 계단실 공용창호 등의 상태를 따지는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주거환경평가 등이다. 본안전진단과 마찬가지로 다섯 개(A~E)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현행 안전진단기준 고시에서는 “현지조사는 정밀한 계측을 하지 않고 매뉴얼에 따라 설계도서 검토와 육안조사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지금까지의 현지조사는 사실상 재건축으로 가는 ‘프리패스’로 활용돼 왔다. 현지조사마저 신청하지 않은 초기 재건축 단지들로서는 암초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주민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자치구가 현지조사를 두 개 기관에 의뢰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지면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의뢰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현지조사에 두 기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영 상황을 본 뒤 현지조사에 (기관) 참여를 강제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조사 시 육안조사가 아니라 계측조사를 의무화할 가능성도 있다. 두 가지 모두 고시와 시행령 자구를 고치면 되는 사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기관 개입

개정안은 또 시설안전공단과 건설기술연구원을 안전진단 대행 가능기관 목록에서 사실상 삭제했다. 대신 시설물안전 및 유지관리특별법상 등록업체가 안전진단을 주로 수행하도록 했다. 현지조사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의 적정성을 따지는 데 두 기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 안전진단의 처음(현지조사)부터 끝(조건부 재건축 판정 적정성 검토)까지 공공기관이 모두 개입하게 된다. 그동안 사문화돼 있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3조에 규정된 공적 감독 권한을 폭넓게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시설안전공단은 지난달 20일부터 국토부의 안전진단 강화가 시작된 뒤 서울 성산동 성산시영 등 아파트 안전진단 업무 수행을 중단했다.

개정안은 국토부 관할 법령 등과는 별개로 시설물안전 및 유지관리특별법상 안전등급이 D(미흡) 또는 E(불량)일 땐 안전진단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D는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고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상태’다. E는 이보다 더 심각해 즉시 대피해야 할 상태다. 사실상 무너지기 직전이 아니면 안전진단 생략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번 시행령은 15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법제처 심사, 관계부처 협의 및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다음달 초 시행될 예정이다. 행정예고 마감기간(2일) 직후인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안전진단 고시와는 달리 절차가 약간 더 까다롭다. 재건축 규제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달 셋째주 이후 전격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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