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역전쟁,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경제는 가공무역입국을 추구해왔고, 이에 따라 국제 분업구조에 빌트인(built in) 된 상태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주요 통상국가인 미·중의 대외통상 전략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어 우리도 대외 통상활동을 재편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미 가동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대미 흑자국에 여러 가지 통상압력을 가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철강, 알루미늄 제품 등에 25%와 10%라는 고율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사실상 통상대란을 야기하고 있다.

상대국인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미국 발 무역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다만, 트럼프 정권의 이러한 통상조치는 미국의 자원배분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미국 내 철강, 알루미늄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2차 산업 기업들의 경영을 압박하는 결과로 연결되어 미국경제에도 적지 않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한국 경제제재는 한국의 사드배치로 인해 촉발된 것이지만 사드 갈등이 어느 정도 수습된 지금도 한국 기업들은 중국을 상대로 한 경제활동에 있어서 적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중 간 무역은 축소 균형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한중 경제 관계가 이렇게 원활하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야기하는 배경을 살펴보면,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인해 이미 한국의 수출품이 중국 제품과 경쟁관계로 되어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로 될 것으로 예상돼 중국 정책당국이 여러 가지 억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정권의 비합리적 통상조치는 트럼프정권의 미국 내 지지기반 다지기와 긴밀히 연결돼 있어 트럼프 정권이 물러나기 전까지 이러한 정책이 계속될 것이다. 또한 중국의 대한국 정책도 중국이 자국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필요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 필요가 존재하는 한 쉽게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주요 통상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통상정책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한국으로서도 그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통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새로운 통상정책의 방향은, 한국경제와 강한 보완성을 가진 아세안 및 인도경제와의 긴밀성을 일층 강화해 미·중의 통상정책으로부터 초래되는 경제적 피해를 상쇄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와 아세안 및 인도경제는 같은 아시아에 속하면서도 강한 보완성을 가진다. 이는 지금까지 상당기간 지속되어온 한국과 중국 간 경제관계와 유사하다.

우리나라의 정책당국이 인적, 물적 정책수단을 최대한 동원한다면 한국경제와 이들 지역과의 관계는 지금보다도 훨씬 긴밀하게 발전될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과의 협력적 발전모델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의 아세안 국가와 인도로 확대해 나가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초래된 축소 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그들 국가의 노동력이 흡수 가능한 노동집약성 산업을 그들 국가에 이전하고 그 생산에 필요한 기술집약적 부품·소재를 한국이 수출하는 식의 협력모델을 정착시키면 이들 국가와의 경제협력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나아가서 그러한 활동을 원활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들 국가의 사회간접자본(SOC) 을 확충시켜 나가면 협력모델 확대의 촉진제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서 반드시 달러만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달러 대신 한국의 원화와 그들 국가의 통화를 사용해도 수출과 수입에 하등의 지장이 없다. 교역상대국 통화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면 이러한 협력모델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 지역 국가들과의 보완성을 최대한 살리는 발전모델을 정착·발전시키면 한국은 대외환경의 변화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이 안정적 기반 위에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