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앞둔 미국, '트럼프노믹스' 성과물 절실
대중 압박 우회로인 한국에 공세 집중… 4월까지가 고비
미·중 사이서 '균형' 잃지 말고 마찰 원인 제거가 급선무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트럼프식 통상공세와 대응책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시점부터 우리 경제로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폐기, 안보와 연계한 철강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방침 천명, 상호 호혜세 부과 방침 발표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의 총체적인 기조는 ‘미국의 재건’이다.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태생적 한계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크게 손상된 국제 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경제정책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이익과 미국 국익이 충돌할 때는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호주의 색채로 본다면 ‘역대 최고’로 평가된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을 일으킨 허버트 후버 대통령 시절에 비유될 만큼 ‘극단적 보호주의’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1년간 보여준 대외통상정책에선 이전 정부와 구별되는 네 가지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 미국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면서 부담과 책임만 지우는 국제 규범과 협상의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의사, 파리 신기후 협상 불참 통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재협상 혹은 폐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국가별로는 무역적자 확대 여부에 따라 ‘이원화 전략’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對美) 흑자국에 성장과 고용을 빼앗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 확대국에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문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과 중국 간에는 마찰이 심상치 않았다. 무역, 통상, 지식재산권, 환율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 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승산 있는 '제로섬 게임'

셋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통상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종전과 다른 점이다.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등 WTO 규범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자국법에 근거한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는 새로운 호혜세 부과도 언급했고, 미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발동할 수 있는 ‘슈퍼 301조’까지 동원할 태세다.

넷째, 통상정책을 다른 목적과 결부시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통상법 232조에 근거해 통상을 안보와 연계하고, 대(對)북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한국에 집중적으로 통상압력을 높이는 상황이다. 한국이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쉽게 대처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주요 교역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이 먹힐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도의 협상 전략가다. 성공한 욕심 많은 기업인 출신답게 참가자 모두가 이익을 취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non zero-sum game)’보다 참가자별 이해득실이 분명히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시식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을 즐긴다.
트럼프 입장에서 중국, 한국 등을 대상으로 한 ‘통상압력’ 카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중국은 진퇴양난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에 반발한다면 수출이 둔화되면서 경제가 경착륙하고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대로 수용한다면 시진핑 정부의 ‘팍스 시니카’ 구상은 물 건너갈 수 있다. 한국은 중국보다 더 어려운 처지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에 반발한다면 수출이 둔화되면서 ‘구조적 장기 침체론(L자형 장기 침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 혹은 중진국 함정)’이 급부상하고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반대로 수용한다면 중국과의 관계 등에서 어려운 국면(샌드위치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이후 1년 동안 미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오히려 확대됐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 이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트럼프 정부와 집권당인 공화당은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올해가 트럼프노믹스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첫해라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1월부터 재정수입 면에서 대폭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재정지출 면에서는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도로, 철도, 항만 등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구하는 뉴딜 과제를 올해 연두교서에서 밝혔다. 규모도 당초 예상(1조달러)보다 많은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경제는 무역적자가 늘어나면 재정적자까지 확대되는 ‘쌍둥이 적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감세와 뉴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여건에서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적자마저 줄이지 않으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남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최대 복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보다 더 어려운 처지인 한국

특히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종전과 다른 트럼프 정부의 네 가지 통상정책 특징과 기준에 전부 걸리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국제교역상의 상호주의 원칙을 근거로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위해 한국을 우회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이달부터 두 달간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과 관련한 트럼프 정부의 통상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3월 말 국별 무역장벽(NTE) 보고서 △4월 초 미국 통상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보고서 △4월 중순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4월 말 지식재산권 관련 스페셜 301조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올 상반기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관찰대상국’에서 ‘환율심층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되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도 우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트럼프 정부의 네 가지 통상정책 특징에서 보듯이 규범과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힘들다. WTO 분쟁처리기구(DSB)에 제소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WTO 판정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판정이 내려졌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정부가 따르겠느냐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스스로 트럼프 정부에 통상마찰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 원인부터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트럼프 정부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지향하는 것인 만큼 우리의 대외정책이나 남북관계 등을 풀어갈 때 미국과 중국 간 중간자로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응 방식을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 변화에 맞춰 ‘옴니버스 방식’으로 바꾸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통상정책을 남북관계 등 다른 정책과 분리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트럼프 정부가 다른 목적과 연관지어 통상정책을 추진하는 움직임과 맞지 않아 의외로 효과가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통상 관련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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