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시설 지역 확산 절실
평가지표 도입해 예산배정 차등화
지방자치단체 간 건전경쟁 유도를"

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 >

지금 세계 에너지산업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자본집약 산업이던 에너지 분야가 생산, 유통, 저장, 소비 등 모든 과정에서 지식을 기반으로 한 기술집약 산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에너지 대전환의 큰 흐름은 3D 즉, 탈탄소화(decarbonization), 분산화(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분산화’는 소수의 대형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다수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기존의 일방적 에너지 공급시스템에서 벗어나 태양광, 풍력 등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에너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수많은 프로슈머가 등장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배터리기술 발달을 기반으로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을 뒷받침할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의 단점인 ‘단속성’ 문제를 점차 해결해 나가며 에너지 전환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물론 요즘처럼 코발트나 리튬 등 소재가 지역적으로 편재해 있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가격 불안정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향후 폐기물 처리에 따른 환경적 문제도 야기할 수 있지만, 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이런 단점도 점차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별 여건과 특성에 가장 적합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 및 수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공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중요해졌다. 물론 중앙정부 차원의 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에너지의 95%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처지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수급 전략을 세운다거나, 다양한 에너지원을 최적의 조합으로 구성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히 중앙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결정권이 중앙정부에 집중될 경우 ‘에너지 생산은 다른 지역에서, 소비는 우리 지역에서 하는 게 최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에너지시설이 자신의 지역에 건설되는 것을 기피하는 님비(NIMBY)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 반대를 이유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지역별 전력 자립률을 살펴보면 2016년 기준으로 인천, 부산, 충남, 전남, 경북, 경남 등이 170~250%로 매우 높은 데 비해 서울은 1.9%에 불과하다. 석탄발전소나 원전이 수요처인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자체들이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분산형 에너지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거나 장려할 동기가 충분치 않은 탓도 있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는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회장으로 재임 중인 세계에너지협의회(WEC)는 매년 130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에너지 트릴레마 인덱스(World Energy Trilemma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에너지 형평성,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따라 국가별 에너지정책 운용 현황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이 인덱스는 각 국가가 전향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인덱스 산정 방식을 국내 각 지역에 적용해 ‘지자체 에너지 인덱스’를 작성해서 매년 발표하면 지자체들이 최적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중앙정부는 이미 여러 지자체의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상당한 국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다면적인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이 같은 인덱스 결과를 토대로 성적이 우수한 지자체에 인센티브 예산을 추가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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