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논설위원

‘무상(無償)’ ‘공짜’ 공약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지방선거 때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무상급식 이슈를 들고나와 재미를 봤다는 평가가 많았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10곳을 차지한 데 비해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6곳을 챙기는 데 그쳤다. 특히 한나라당은 서울 기초단체장(구청장) 선거에서 31곳 가운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중랑구 등 4곳만 얻는 참패를 당했다.

그랬던 때문일까. 선거 때마다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무상공약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2014년 경기지사 선거에선 ‘무상버스 공약’이 논란을 일으켰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선 무상급식 확대뿐만 아니라 무상교복 공약까지 나와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보수 야당도 무상공약 경쟁에 뛰어들었다.

30만원짜리 교복 공짜 지원

인천과 대구, 대전,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 현직 단체장과 일부 예비후보들이 고등학교로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경기 성남·용인, 인천 강화, 강원 철원 등 전국 50개 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상교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입생 한 명당 20만~30만원의 교복값을 공짜로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출산장려금 인상 바람도 거세다. 최고 3000만원을 주겠다는 지자체도 있다. ‘출산절벽’을 벗어나려는 고육책이라고 하지만, 효과도 검증 안 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충남 청양군이 2015년 출산장려금 상한액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렸지만, 이듬해 출생아 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선 출산장려금을 받은 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 버리는 ‘먹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의 복지 공약 경쟁이 가열되는 데는 중앙정부의 견제 장치가 완화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가 사회보장 사업을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 대상을 늘려줬다. 사전 승인 방식을 바꿔 지자체 복지 사업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시킨 것이다. 일부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갈등을 겪던 무상교복 사업과 청년수당, 산후조리 지원이 가능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자체 절반 인건비도 감당 못해

‘무상’ 공약은 넘쳐나지만 대부분 후보는 재원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무상급식 재정만도 2010년 5630억원에서 올해 3조원을 넘는다. 무상급식에 돈을 대느라 학교 현장에선 위험한 건물과 시설 개·보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명예퇴직 예산이 줄어 교사 신규 임용을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급식비 지원 사업은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협의해 지원 대상과 범위, 규모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두 기관 간 재원 부담을 놓고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지자체 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정이 가장 좋다는 서울만 하더라도 25개 자치구의 재정자립도가 2010년 49.3%, 2013년 41.8%, 지난해 31%대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전국 지자체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포퓰리즘 공약은 더 쏟아질 것이다. 복지제도는 한 번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그 폐해가 후세대에까지 미친다. 쏟아지는 장밋빛 공약은 세금고지서와 다를 게 없다. 엉터리 공약이 표와 거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풀뿌리 포퓰리즘’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안목이다.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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