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극적인 영화들이 유독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머리를 쓰거나 계산하는 일이 필요없다. 순수하고 동화같은 사랑 이야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관객을 찾아왔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가 비의 계절인 장마가 시작될 때 기억을 잃은 채로 다시 돌아와 남편 우진(소지섭 분)과 두 번째 사랑을 맺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6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는 이장훈 감독, 소지섭, 손예진이 참석해 작품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은 "워낙 훌륭한 작품이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컸다"며 "한국 관객들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 원작 작가, 감독님이 정말 좋아해주셨고 단번에 허락을 맡았다"고 밝혔다.

'클래식'(2003)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로 대체불가 멜로퀸으로 거듭난 손예진은 오랜만에 정통 멜로를 선보였다.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채 낯선 곳에서 눈을 뜬 '수아'로 분해 세밀한 감정 변화를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손예진은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지금의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월이 지나 30대 중반의 배우가 된 뒤 다시 멜로를 보여드릴 수 있어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나에게 소중하고 감사한 작품"이라고 멜로물로 돌아온 소감을 밝혔다.

이어 "멜로 영화에서는 배우가 보여주는 감정의 수위가 아주 중요하다. 배우의 감정이 관객보다 앞서지 않으면서 뒤쳐지지도 않게 적정선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며 "감정을 이입하면 과잉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선을 절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작품 속 강인하고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준 소지섭은 오랜만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감성 연기로 돌아왔다. 소지섭은 인생의 전부였던 아내를 떠나보낸 뒤 아들과 남겨진 우진을 연기했다.

소지섭은 "내 실제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부족하고 재미없고 엉성한 게 닮았다. 그래서 정말 편하고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뜨겁게 울었다. 관객들이 오랜만에 기분 좋아지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반부는 편집된 장면이 많거나 전개가 빠른 듯한 느낌이다. 죽은 아내가 다시 돌아왔지만 생각보다 별로 놀라워하지 않는 우진, 그리고 처음 보는 남자가 남편이라 말하지만 그다지 당황하지 않고 생활에 너무나 잘 적응하는 수아다. 하지만 극이 흘러갈수록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내며 몰입도가 점점 높아진다.

정통 멜로라 해서 잔잔하기만하지도 않다.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손예진의 개그, 소지섭의 독특한 패션 등 뜬금없이 등장하는 웃음 코드가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특히 다른 작품에선 주연급인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감독은 특별 출연한 배우들에 대해 "한 분은 제작사와 인연이 있었다. 다 자란 지호 역할에는 바르게 자란 이미지의 배우가 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손예진은 "한 분은 내가 출연을 부탁했다. 한복녀 역할이 짧게 나오지만 임팩트 있고 재미있게 해줄 사람이어야 했다. 지인 중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부탁했는데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감성이 메말라 있던 사람에겐 잊고 있던 감성을,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에겐 더욱 강한 울림을 주는 영화다. 막이 내리고 극장을 나설 땐, 매일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손예진은 "요즘은 사랑의 설렘, 따뜻함을 가슴 속에서 많이 꺼내보지 못한 것 같다. 영화를 보시면서 지나가는 시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