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드아파트' 개발자 김민규 씨 인터뷰
"내 집 마련 하려는 이들의 길라잡이 되고 싶다"

김민규 씨(필명 구피생이)가 '파인드아파트'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형진 기자

서울 강남역 20분 거리,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가격이 5억원 안팎이면서 준공된 지 10년이 넘지 않은 단지가 있을까? 강남아파트가 10억원을 호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조건이지만 실제 이러한 단지는 찾을 수 있다. 동네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아니라 아파트 무료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FindAPT)’를 통해서다.

집을 찾는 절대적인 조건은 '싼 값에 좋은 집'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집'의 조건은 사람들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내 직장과 가까운 곳, 배우자 직장과 가까운 곳, 방은 몇 개, 학교는 가까운지, 지하철 몇 호선과 가까울 것 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조건에 맞춰 원하는 집을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가 ‘파인드아파트’다. 부동산 카페나 내집 마련 커뮤니티 등 아파트 수요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엔 연간 이용자가 10만명을 넘었다.

개발자이자 대표는 온라인에서 2만명의 독자를 가진 ‘구피생이’ 김민규 씨(사진)다. ‘돈이 없을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김 씨는 낮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지만 밤엔 열정적인 개발자로 변신한다.

최근엔 파인드아파트에 전세 검색 서비스를 확충하면서 다른 기능까지 늘리기 위해 연구 중이다. 2016년 8월께 문을 연 파인드아파트는 김 씨가 사비를 털어 운영하고 있다. 개발을 시작했을 때부터 협찬이나 광고는 받지 않는다. 단순한 취미라고 하기엔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씨를 만나 수고스러움을 자처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재능기부나 마찬가지인 파인드아파트의 개발 배경은 뭔가.

“내 집 마련 하려는 이들을 위한 길라잡기 역할을 하고 싶었다. 투자를 위해 연구했던 데이터를 갖고 역발상을 해봤다. 웬만한 부동산 매물 앱이나 사이트에 들어가면 지도부터 뜬다. 동네를 먼저 골라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수요자는 해당 지역 아파트가 어느 정도 사양인지 알지 못한다. 직장과의 거리, 예산, 지하철 노선, 세대수 등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여기에 맞는 아파트를 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본업과 병행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파인드아파트'의 기본 검색 조건

“구글 지도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데이터베이스(DB), 몇 가지 공개 플랫폼(API)을 통해 얻은 자료를 모았다. 아파트의 위치와 가격, 연차 등 검색 조건에 들어가는 자료들이다. 이를 토대로 2~3개월 동안 퇴근 후 짬짬이 만들었다. 과거 입시모의지원서비스가 없을 때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었던 경험이 도움됐다.”

▶검색엔진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흥미로울 것 같다.

“수요자들은 4억~6억원대의 아파트를 가장 많이 찾았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검색기록 22만7000건 가운데 절반을 넘는 13만건이 이 가격대에 몰렸다. 예컨대 직장이 강남인 이들의 경우 전용 59㎡ 안팎의 아파트를 찾을 때 예산 상한선을 4억3000만원으로 뒀다. 전용 84㎡ 내외에서 평균 예산은 6억2000만원으로 높아졌고 전용 110㎡ 내외인 옛 40평대의 예상 상한선은 7억9000만원선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예산 10억원 이상을 설정한 이들은 전체의 3% 정도인 약 5800건에 그쳤다.

단순한 검색 결과인 데다 허수가 있는 만큼 통계적인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전용 84㎡ 기준)이 7억원대를 넘어섰고 신축 아파트 대부분이 7억~10억원대인 상황에서 대다수 수요자들은 여전히 그보다 저렴한 집을 찾고 있다는 신호 정도로 해석할 수는 있다.”

▶수요자들이 찾는 저렴한 집이 시장에 많이 있나.

“그렇다. 가격 외에도 평수나 연식 등의 선택지를 조금씩 넓히다 보면 전혀 몰랐던 아파트가 나오기도 한다. 이를 수요자와 매칭시켜주는 게 파인드아파트의 역할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집을 마련할 때 학군부터 고려하는 경향이 많다. 현실은 아이를 늦게 낳는 경향을 고려한다면 당장 충족될 필요는 없는 조건이다. 급하지 않은 조건 때문에 중요한 선택지를 놓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이라도 서울 아파트를 사야한다고 생각하나.
“실수요자라면 전세 갈아타기보단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사다리에 오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주택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가구당 세대원수는 감소하는데 1인당 점유면적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서울 새 아파트 공급은 갈수록 줄어들고 멸실물량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니 집값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의 가격 흐름은 더욱 무섭다. 특히 한 번 9억원을 넘어선 단지는 가격 통제선을 잃어버리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 등에서 가파른 세율 상승 구간을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의 1주택 공제액을 종전 9억원에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강남 신축 아파트값이 더 오를 요인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매수 타이밍은 어떻게 알 수 있나.

“한 지역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2~3곳을 정해 꾸준히 봐야 한다. 어디에 어떤 집이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엔 해당 지역의 보편적 시세를 알아야 한다. 급매로 나온 물건이 시세보다 얼마나 저렴한 건지 가격에 대한 감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추격매수를 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지불 가능한 범위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샐러리맨이 월급을 모아 집을 살 수 있을까.

김민규 씨(필명 구피생이).

“전세를 벗어날 용기와 대출에 대한 인식 전환, 두 가지가 필요하다. 불과 몇년 전 나는 목돈 6000만원에 대출을 보태 수도권에 집을 샀다. 시장 상승세를 타고 갈아타기에 성공해 서울에 있는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지금은 투자도 병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주변 30대 후반~40대 초반 세입자들을 보니 대부분이 집값으로 2억~3억원 정도 모았더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선 청약조정대상지역이더라도 담보인정비율(LTV)이 60%이니 대출을 활용한다면 6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서울에서는 4억~5억원대 아파트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할 것이다. 자산이 적은 사회초년생일수록 신용여력을 활용해야 한다. 원금상환은 사실상 저축이다.

물론 리스크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민물새우인 생이와 열대어인 구피를 합사해 키워보면 평소엔 새우가 구피의 배설물을 받아먹으며 잘 살지만 어느 날 구피의 상태가 나빠지면 바로 잡아먹는다. 은행과 월급쟁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변할 수 있다. 필명 구피생이의 의미이기도 하다.”

▶4월 양도세중과 시행 이후 거래절벽이 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4월 이후 시장에는 전세 매물만 넘쳐날 거다.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은 더욱 험난해진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꺼내면서 수요의 억제를 언급했을 때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환영할 게 아니라 화를 냈어야 했다. 정부의 정책적 고민은 이해하지만 오히려 집주인과 세입자의 영역이 공고해지는 역효과가 강해질 것으로 본다.”

▶파인드아파트 서비스로 투자 분석도 가능한가.

“대상을 투자자로 특정할 수 없지만 서울 아파트의 ‘가격족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대학입시의 배치표와 같은 개념이다. 아파트 가격은 입지와 연식에 따라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수도권 실거래가 자료 170만건을 분석해 이를 정리했다. 가격동조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연식별 비교는 직관적이다. 신축 아파트는 대치동, 도곡동, 방배동 순으로 가격이 높다.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압구정동, 대치동, 반포동 순으로 비싸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산에 따른 지역 비교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5억5000만원 정도로 옛 30평대 아파트를 찾는다면 당산동에선 20년차 아파트를 살 수 있지만 공릉동에선 입주 3년차 신축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 사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갭이 어느 정도인지를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도 손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갭투자’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돼 이 같은 기능을 제공할 생각은 없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업투자할 생각은 없나.

“투자를 직업으로 접근했다가 망가지는 사례를 많이 봤다. 더욱 큰 영리를 좇다가 무리수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간한 책이 나름 성공한 뒤 여러 가지 제안이 많았다. 스스로를 포장하려면 얼마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부동산이란 월급쟁이로 열심히 일하면서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수단 정도다. 수십, 수백 채의 집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월급쟁이들이 집 때문에 고민할 때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울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부동산과 관련한 목표가 있다면.

“파인드아파트 서비스는 앞으로도 흥미롭게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많은 시간을 들이긴 힘들지만 내게는 즐거운 취미이자 장난감이다. 몇 가지 조건에 따른 점수를 바탕으로 아파트 순위를 정리한다거나 지리적 동심원을 기준으로 정렬하는 서비스도 고려 중이다. 지금보다 편하게 살(Live) 만한 집을 찾도록 하는 데 신경쓸 예정이다. 실수요자들이 자신의 집 한 채 갖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미력하게나마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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