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정책 연속성 확보
중앙은행 독립성 인정 받아
미국 인상 속도 빨라지는 추세
하반기→상반기 앞당길 듯

대내외 악재에 신중론도
"미국보호무역·국내 경기 주춤
지표 부진에 조기인상 부담
7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으로 기준금리 조기 인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이 오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하반기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이 총재의 연임이 결정되기 전만 해도 시장에선 한은의 올해 금리 인상 시점이 상반기가 될지, 하반기가 될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연임 발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2일 채권시장에서도 이런 조짐이 나타났다. 이날 채권 금리는 오전에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총재 연임설이 퍼지면서 오후 3시께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290%로 전날보다 0.024%포인트 올랐고 5년 만기 국고채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나란히 상승했다.

당초 한은 총재가 교체되면 금리 인상 시기가 하반기로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새 총재가 업무에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남아 있는 한은 금통위 회의(금리 결정 회의 기준)는 4, 5, 7, 8, 10, 11월 여섯 번이다. 시장에선 총재가 교체된다고 보고 한은이 7월에나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총재가 연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게다가 이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 의지가 강하다. 그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 4년 임기 중 총 다섯 차례 금리를 인하했지만 지난해 11월 말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시장은 정통 ‘한은맨’인 이 총재의 연임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독립성에 힘이 더 실린 만큼 이 총재가 자신있게 통화정책을 펼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많다.
금리 인상 시기로는 5월을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채권시장 애널리스트 10명 중 7~8명꼴로 5월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은 최근 민간 부문 임금이 오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뛰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정책 목표인 2%에 점차 도달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네 번까지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당장 오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 미국은 연 1.25~1.50%다.

이 때문에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 의견 등으로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준 뒤 5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이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도 한 차례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 총재의 연임에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부진한 국내 고용·물가지표 탓에 금리 조정 속도를 높이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 들어 GM 사태나 미국의 통상 압박 등 새로운 악재들이 부각되면서 경기 확장세가 주춤해졌다”며 “지표만 놓고 보면 상반기 금리 인상 자체가 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외부 요인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내부적인 경제 여건을 봤을 때 오는 7월 이후로 금리 인상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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