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0개월 됐는데
부처간 밥그릇 다툼에 통상교섭본부 조직확대 표류
미국이 외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고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출범 10개월이 되도록 통상조직 개편조차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통상조직도 완성하지 못하는 나라가 미국과 중국 같은 통상 강대국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뒤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켰다. 과거 외교부에 있던 통상교섭본부는 2013년 통상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이관되며 폐지됐는데 이를 4년여 만에 산업부 산하에 다시 둔 것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작년 8월 취임 후 “통상담당 인원이 너무 부족하다”며 조직 확대를 요구했다. 통상교섭본부 인원은 약 270명인데 이 중 통상 관련 일을 하는 인원은 170명 정도다. 미국의 통상전담 조직인 미 무역대표부(USTR)는 300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산업부는 작년 하반기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통상교섭본부에 ‘신통상전략실’을 마련해 인원을 30명 정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통상조직 확대에 반대해 김 본부장 제안이 나온 지 반년이 다 되도록 신통상전략실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신통상전략실을 신통상전략국으로 격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기재부는 1급(실장)이 6명뿐이고 산업부는 이미 9명”이라며 “기재부는 ‘산업부 조직이 지금도 너무 비대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여전히 통상 정책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부 권한이 늘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기재부 대외경제국에 통상정책과와 통상조정과가 있는데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킬 때 이들 조직을 기재부에 남겨둔 게 실수”라며 “기재부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니 통상교섭본부에 힘이 실리겠냐”고 했다.

통상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단골메뉴로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미국은 10년 전 한·미 FTA 협상 때 자동차 분야를 담당했던 사람이 이번 개정 협상 때도 여전히 자동차를 담당한다”며 “한국은 통상기능이 외교부와 산업부를 전전하며 전문가를 키우지 못했고 그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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