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일자리 변화의 영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의 교육

당시의 기술 발달은 오늘날 자동화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기술 발달로 인해 기계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교육을 통한 해결책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건 기계의 수준이다. 기하급수적 성장과 디지털화를 바탕으로 발전한 기계는 인간의 육체를 대체하던 과거와 달리 인간의 지능까지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덕분에 근본적인 처방인 교육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문제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생 수준에 맞는 전문 기술직이나 관리직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미국의 경우 과거 고등학교 졸업자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던 일자리는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차지하고 있다. 학위 소지자만 양산될 뿐이었다. 아주 일부만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기계에 일자리를 내준 사람들은 아직 기계화되지 않은 직종으로 옮겨갔다. 이들의 직종과 하는 일은 바뀌었지만, 업무의 성격이 일상적이라는 점은 그대로였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더 넓은 영역에서 도입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기계에 내어주고 있어 과거와 같이 기계를 피해 옮길 직종도 좁아지고 있다. 교육을 통해 기계에 우위를 점하는 일자리도, 기계의 영향을 피해 숨을 일자리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 논의의 배경

한편 기술 발달은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제2의 기계시대》에서 디지털 노동자가 더 흔해지고 유능해지고 강력해질수록 기업은 기존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줄 수준의 임금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추세는 인간 노동자들을 실업 상태에 남도록 유도한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기계가 일자리의 수를 줄어들게 하고 기술 수준에 따른 일자리를 극단적으로 양분하고 실업자가 많아지게 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논의되는 제도가 ‘기본소득(basis income)’이다. 기존의 복지제도와 달리 돈이 필요한 사람 혹은 더 받거나 덜 받아야 할 사람을 구분하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액수의 돈을 나눠주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디지털 기술의 극단적인 발전이 자본주의 실패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경제학자들의 처방이다. 기본 소득은 모든 사람의 최소한 생활수준을 보장함으로써 여전히 소비자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복지정책들이 재정 부담과 복지 전달 체계 등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문제점을 낳고 있는데 대한 대안적 성격도 있다.

기본 소득의 개념은 1797년 토머스 페인의 저서인 《토지분배의 정의》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탓에 부유한 집안의 자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하기에 성년이 되면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액수의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좌파와 우파 경제학자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 본 제도는 실제 1969년 닉슨 대통령 첫 임기 당시 거의 법제화될 수 있었지만 실패했다. 최근에는 핀란드와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 변형된 기본 소득 제도가 실험 중에 있다.

커지는 일자리의 중요성

18세기 프랑스의 작가이자 계몽사상가였던 볼테르는 노동을 하면 지루함과 부도덕, 가난이라는 세 가지 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파했다. 기본 소득을 도입하면 가난은 해결할 수 있지만, 권태와 방탕은 여전히 해결할 수 없다. 사회학자 줄리어스 윌슨의 주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1996년에 쓴 그의 저서 《일이 사라질 때》에서 가난하지만 일을 하는 동네에 비해 가난하면서 실직자가 많은 동네에서는 범죄, 가정해체 등의 사회문제가 훨씬 빈번함을 밝혀냈다. 이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는 일이 사라진 결과라는 주장이다.

현실의 다양한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 진화가 목격되는 오늘날, 일자리 감소가 가져다줄 부정적 영향은 과거 선진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매우 근본적이다. 교육의 변화, 기본 소득 제도 등과 같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처방이 필요하겠지만 그 수단이 무엇이든 새로운 기술이 인간 노동을 보완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어야 풍요로운 경제와 건강한 사회 모두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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