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경제단체와 산업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통해 한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 정부에 냈다.

세탁기와 태양광, 철강에 이어 지재권이 트럼프발 통상압박의 다음 표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USTR의 '스페셜 301조' 보고서가 오는 4월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은 매년 교역국의 지재권 보호 수준을 평가하는 스페셜 301조 보고서를 발표하는 데 미국 기업의 지재권을 침해하는 국가를 '우선감시대상국(Priority Watch List)' 또는 '감시대상국(Watch List)'으로 지정한다.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바로 조사나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USTR은 감시대상국에 꾸준히 오른 국가들을 상대로 제도 개선을 촉구해왔다.

USTR은 작년 보고서에서 중국과 인도 등 11개국을 우선감시대상국, 23개국을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감시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 보고서가 처음 나온 1989년부터 매해 우선감시대상국 또는 감시대상국 명단에 올랐다가 2009년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제외됐고, 이후 다시 지정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올해에도 한국이 지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최근 미국의 통상압박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미국 산업계가 올해 조사에서 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한미FTA 개정협상을 통해 지재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눈에 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연방관보에 게재한 의견서에서 한미FTA가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해서는 '골드 스탠더드(golden standard)'라고 평가하면서도 "불행히도 한국은 지재권 보호의 완전한 이행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미 상의는 300만개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력한 로비 단체로 작년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한국에 대한 비판이 없다.

그러나 올해 의견서에는 미 산업계가 특허 자격(patentability), 의약품 허가특허연계(patent linkage), 약가 결정의 투명성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한미FTA 개정협상을 통해 이런 이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국에 지재권의 상업화를 방해하는 규제·행정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서 그 사례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부과한 약 1조원 규모의 과징금과 '특허권 갑질'에 대한 시정명령을 언급했다.

미 상의는 공정위 결정이 퀄컴이 한국 외 국가에서 취득한 특허권까지 규제하려고 한다며 이는 국제 규범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전미제조업협회(NAM)도 미국이 지재권 보호를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FTA 개정협상을 거론했다.

NAM은 미국에 위조 상품을 유통하는 주요 국가로 중국, 인도, 한국, 싱가포르 등을 지목했다.

미국 제약협회(PhRMA)는 캐나다, 한국, 말레이시아 3개국을 우선순위(priority) 국가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PhRMA는 이들 국가의 시장 접근, 지재권 정책과 관행 등이 "가장 부담되고 지독하다"며 미국 정부가 한미FTA 개정협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hRMA는 특히 한국의 약가 정책이 혁신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한국 제약업계에 유리하다면서 "한국의 가격 결정은 여러 단계에서 한미FTA 의무를 어기고 미국 혁신가의 권리를 짓밟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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