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쌍무주의 앞세우는 미국
동맹으로서의 신뢰회복이 급선무"

오정근 <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국 중국 일본 등 대미(對美) 흑자 아시아국가들에 보복관세나 다름없는 대응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동맹국도 있지만 무역에서는 동맹국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미국이 6·25 때 한국을 도왔으니 이제 부유해진 한국이 미국에 갚아야 한다”는 언급도 해 한국이 주된 타깃임을 숨기지 않았다. 13일에는 백악관 공개회의에서 일본은 네 번, 중국은 열 번 거론한 데 비해 한국은 열일곱 번이나 거론하며 맹공을 한 것으로도 보도됐다.

앞서 1월30일 상하원합동회의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탈북자를 초청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최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북한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새해 예산안에 국방예산을 13%나 늘린 6110억달러(약 744조원)를 책정하면서 북 미사일로부터 본토와 동맹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일곱 차례나 강조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동맹으로서의 한·미 간 신뢰문제와 그로 인해 한국에 미칠 경제적 보복에 대해 우려를 크게 자아내게 하고 있다.
2017년 미국의 국별 적자규모는 중국 3752억달러, 멕시코 711억달러, 일본 688억달러, 독일 643억달러 등이며 한국은 229억달러로 10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의 엔화 약세에는 어느 정도 용인하는 듯이 보이지만 한국에는 연이어 환율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철강 수입제한 조치에 이어 반도체 수입금지 검토와 슈퍼 301조도 들먹이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 오고 있다.

한국은 이런 미국의 통상공세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TO에 제소해도 승소가 쉽지 않고 승소하더라도 결정나기까지 몇 년씩 걸려 실익도 적지만 현 단계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정책 기조를 WTO 같은 다자주의에서 쌍무주의로, 자유무역에서 공정무역으로 전환하면서 미국 국내법을 우선시하고 있다. 바뀌고 있는 미국의 통상전략에 맞춘 새로운 전략이 시급하다.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간 동맹으로서의 신뢰회복이다. 신뢰가 회복돼 한·미 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중요해지면 대미흑자국 중 열 번째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 이 정도의 통상압력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비스수지까지 포함하면 대미흑자는 100억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근년에는 자동차 반도체 등 대기업 투자가 증가하는 등 2016년 말 기준 1만3082개 한국 기업이 774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 LG 등 가전회사 투자까지 예정돼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한·미 무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균형 있는 공정무역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 트럼프 행정부가 이해하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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