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 실내공간, 편의·안전품목 등 전면 개선
-음성인식, 뒷좌석 승객 알림 기능 활용도 높아
-자신했던 3열 거주성은 '글쎄'


국내 중형 SUV의 절대강자인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네 번째 완전변경차로 돌아왔다. 2012년 이후 6년만이다. 지난해 싼타페의 내수 판매실적은 5만1,661대, 베스트셀링 톱10에 들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전년 대비 32.8% 급감했을 정도로 노후화가 역력했다. 소형 SUV와 고급 대형 SUV가 인기를 끌며 중형 SUV시장을 잠식한 것도 싼타페의 고전에 영향을 미쳤다.



신형 싼타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족용 SUV'의 모습을 잘 그려낸 차란 인상을 받았다. 실내는 한층 넓혔고, 탑승객을 배려한 편의·안전품목을 대폭 강화했다. 승차감은 부드럽고 거동은 편안하면서도 정확했다.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치밀한 상품구성이 돋보였다. 신형 싼타페 2.0ℓ 디젤 프레스티지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크기는 길이 4,770㎜, 너비 1,890㎜, 높이 1,680㎜, 휠베이스 2,765㎜다. 구형보다 70㎜ 길고 10㎜ 넓다. 휠베이스도 65㎜ 길다. 트렁크 용량은 7인승 기준 125ℓ에서 130ℓ로 키웠다. 체구의 변화는 숫자 이상의 차이로 다가온다. 흥미로운 건 경쟁상대인 기아자동차 쏘렌토보다 휠베이스가 15㎜ 짧다는 점이다. '동급 최대'라는 명분보다 실리를 찾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주간주행등과 헤드 램프를 상하로 분리한 컴포지트 라이트는 코나, 넥쏘에 이어 적용했다. SUV 라인업에서 패밀리룩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모습이다. 폭포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캐스케이드 그릴 역시 마찬가지다. 통일감을 주면서도 약간의 변조를 통해 흥미를 유발시키는 인상이다.

실루엣은 당당하다. 구형이 매끄러운 쿠페 스타일의 도심형 SUV를 지향했다면. 네 번째 완전변경에선 SUV의 본래 매력에 초점을 맞췄다. 투박함보단 여전히 세련된 느낌을 앞세워 휠하우스와 어깨선의 디자인, C필러 이후 뒤쪽 라인에 당당한 SUV의 자세를 강조했다.


실내는 한결 편안하고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를 낮춰 시야를 넓혔다. 플로팅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시인성과 조작성 모두 만족스러웠다. 여전히 버튼이 많지만 그래도 한층 정리했다. 시트는 각 부분별로 쿠션 강도와 마감재 등을 달리 적용했다. 장거리 운전이 많은 SUV의 특성 상 개선한 시트는 소비자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는 싼타페와 잘 어울린다. 기어 노브의 경우 북미엔 버튼식으로 대체한다고 하니 연식 변경 이후 국내에서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신차엔 편의 및 안전품목을 풍성하게 탑재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소리'와 관련한 편의품목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스티어링 휠의 음성버튼을 누르면 몇 가지 기능을 활성화한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음성으로 입력하거나 블루투스로 연결한 휴대전화의 전화번호를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다. 라디오를 듣다가 평소 궁금했던 노래가 나온다면 디스플레이 우측 상단에 주황색 버튼을 눌러 곡의 정보를 불러올 수도 있다. 미국 IT기업 사운드하운드와 협업으로 완성한 기능이다. 음성메모를 저장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읽어주는 기능도 있다.



가족용 SUV를 표방하는 만큼 탑승객을 위한 품목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가족들을 위한 기능이 돋보인다. 2열 시트의 슬라이딩 거리를 늘리고 원터치 폴딩과 보조손잡이 등을 적용해 3열 거주성을 개선한 것. 성인 남성이 장시간 앉아 있기엔 무리가 있지만 가족 단위로 이동할 경우 아이들이 이용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아이들의 차내 방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후석 승객알림기능도 추가했다. 2열 혹은 3열에 사람이 앉은 상태에서 차문을 잠그고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경고음을 낸다. 뒷좌석에 탄 아이들이 차에서 내릴 때 뒤에서 접근하는 차가 있으면 문이 열리지 않고 동승객에게 경고하는 안전하차보조 기능도 갖췄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4기통 2.0ℓ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 186마력, 최대 41.0㎏·m의 성능을 낸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3.8㎞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고급 디젤 세단을 연상케 한다.

충분한 성능을 갖춘 덕분에 대부분의 구간에서 여유있게 힘을 발휘한다. 폭발적인 가속감이나 민첩한 몸놀림을 느끼긴 어렵지만 운전자와 동승객 모두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는 세팅이다. 출발 가속은 부드럽고 조용하다. 그러면서 실용구간에선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이상에서도 넉넉하게 속도를 더할 힘을 갖췄다.


소음·진동 부분도 불만을 갖긴 어렵다. 차체 강성을 강화하고 흡음재 사용을 늘렸다는 게 회사 설명. 덕분에 노면소음과 엔진소음 및 진동을 차단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풍절음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조향성능도 개선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 조작성이 좋아졌다. 현대차는 스티어링 휠이 다소 가볍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3세대 싼타페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형 싼타페도 스티어링이 꽉 물린 듯한 무거운 느낌은 아니지만 부드럽게 돌아가는 와중에 묵직한 느낌을 준다. 고속에서의 불안감도 한결 나아졌다. 제동성능도 마찬가지다. 민감하게 서진 않지만 의도한대로 정확히 속도를 줄인다.


첨단 운전자보조장치로 소개하는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도 한층 성숙해졌다.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및 충돌경고 등 각종 전자장치들은 운전을 편하게 도와준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가 스스로 속도와, 앞차와의 간격 등을 유지한다. 직진은 물론 회전구간에서도 차선을 잘 지킨다. 교통흐름이 원활한 고속도로 직선구간에서는 30초, 완만한 커브구간에선 15~20초 정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아도 괜찮다. 물론 스티어링 휠을 잡으란 경고 메시지가 나온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당 기능이 꺼지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반 자율주행기능'이란 설명문의 행간에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럼에도 신형 싼타페의 전자식 안전장치들은 꽤나 적극적으로 운전에 개입한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옮기거나 차선에 바짝 붙어 주행할 경우 스티어링 휠이 움직여 차선 가운데로 차를 이동시킨다. 사각지대에 차가 접근하거나 앞에 차가 끼어드는 경우에도 신속히 경고하고 주행속도를 늦춘다. 이런 기능들은 평소 운전습관과 맞지 않으면 불편할 수도 있다. 반대로, 운전자 보조기능에 내 운전습관을 맞춘다면 편하고 안전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총평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를 '인간 중심의 신개념 중형 SUV'라고 설명했다. 시승하는 동안 실내공간과 편의 및 안전품목의 구성 등에서 회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성능이나 기술력을 과시하기보다 실제 탑승객이 원하는 기능을 갖추고, 구형의 불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보였다. 동승자는 "현대차가 칼을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중형 SUV, 나아가 SUV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나서다. 연 9만 대의 판매목표가 보수적인 수치라고 느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싼타페 2.0ℓ 디젤 프레스티지의 판매가격은 3,635만 원부터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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