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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SK케미칼에 내린 처분에 오류가 있어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SK케미칼이 작년 12월 회사 이름을 SK디스커버리로 바꾼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이전 회사 명의로 과징금과 검찰 고발 처분을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SK케미칼에 과징금 3900만 원과 법인의 검찰 고발,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SK케미칼이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빠뜨렸다고 판단, 전원회의를 통해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검찰에 고발한 법인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SK케미칼은 작년 12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인적분할을 했다.

기존 SK케미칼 사명은 'SK디스커버리'로 변경했고, SK케미칼의 이름은 신설되는 회사가 이어받아 지난달 5일 주식시장에 각각 상장까지 했다.

공정위는 책임이 있는 SK디스커버리에 고발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어야 했지만, 이름만 같을 뿐 과거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는 회사에 처분을 내린 것이다.
법원에 비유하자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이름을 바꿨는데 미처 모르고 선고를 동명이인에게 내린 셈이다. 이 탓에 검찰은 문제를 저지른 회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실수를 정정하기 위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다시 작성해 SK디스커버리에 보냈다. 공정위는 이번 오류를 정정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오는 28일 다시 열어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4월 2일로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SK케미칼을 고발한 시점은 연장된 공소시효가 약 50일 남은 이달 중순이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오는 28일 SK디스커버리에 대한 고발을 즉시 결정하고 고발요청서를 다시 검찰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날려버린 시간은 적지 않다.

공정위의 실수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가뜩이나 부족한 검찰의 수사 시간을 빼앗은 셈이다.

이에 공정위 측은 SK디스커버리 측이 분할 사실을 공정위에 알리지 않아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SK케미칼(신설회사)은 생활화학부문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로 옛 SK케미칼의 법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사업자이고, SK디스커버리도 회사 분할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적 책임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는 28일 전원회의를 통해 SK디스커버리도 피심인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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