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7만척 추적 조사 결과

6만4000척이 상업 어업 주도
남미·서아프리카·북동대서양 집중
대만 등 5개국, 전체의 85% 차지

"정책 통해 어업방식 개선해야"

선박에서 내는 자동위치식별장치(AIS) 신호를 추적한 결과 북동대서양과 북서태평양, 서아프리카 주변 해역에 신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이들 해역이 상업 조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핫스폿’임이 드러났다. 상업 목적의 조업을 금지한 남태평양 일대 일부 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은 상업어선이 내는 신호가 검출되지 않아 흰 영역으로 표시됐다. /사이언스 제공

중국 정부는 수년째 자국 어민의 남획으로 각국 정부와 환경단체의 비난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농업부는 2016년 200만t이던 원양 선단의 연간 어획량을 2020년 230만t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양 보호단체인 오세아나, 비영리 위성정보 분석단체인 스카이트루스, 구글은 급기야 2016년부터 인공위성을 동원해 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어선 3만5000척을 추적하는 ‘글로벌어업감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인공위성과 선박 정보를 이용해 남획을 일삼는 대형 어선을 추적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지리학회도 이와 비슷한 ‘깨끗한 바다’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미국 UC샌타바버라 연구진은 이들 단체와 2012~2016년 어선 7만 척을 추적해 세계 바다의 절반 이상이 이미 상업 목적의 선단에 점유당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대만, 스페인과 더불어 공해에서 과도한 상업 조업을 주도하는 상위 5개 국가로 지목됐다. 이번 연구는 세계 상업어선의 활동을 추적한 연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7만 척 선박 추적

연구진은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어업 활동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실제 원양어업 등에 참여한 길이 24m 이상인 약 7만 척을 추적 조사했다. 세계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어선은 290만 척으로 이 중 선체 길이가 24m 이상인 어선 6만4000척이 상업어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진은 어선의 조업 활동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선박에 실린 자동위치식별장치(AIS) 정보와 인공위성을 활용했다. 국제해사기구는 300t이 넘는 선박에 대해 AIS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몇 초마다 위치와 속도, 방향을 신호로 알리게 하고 있다. 이 신호에는 선박 크기와 엔진 성능은 물론 언제 어디서 어떤 유형의 어업을 했는지 식별하는 정보가 담겨 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업적인 조업이 이뤄진 해역은 전 세계 바다의 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농업 면적의 네 배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다. 2016년 이들 어선 7만 척이 조업한 시간은 3700만 시간에 이른다. 어선들이 조업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지구와 달을 600번 왕복할 수 있는 4억6000만㎞에 달했다.
가장 활발한 조업이 일어난 핫스폿은 남미와 서아프리카 해역을 비롯해 북동대서양과 북서태평양, 지중해에 집중됐다. 한반도 서해와 맞닿은 중국 동해안은 이미 포화 상태다. ㎢당 연간 조업시간이 216시간에 육박하는 해역이 대부분이다. ㎢당 조업시간이 길수록 한 해역에 많은 어선이 몰린다는 이야기다. 낚싯줄을 여러 개 늘어뜨려 참치와 상어 등을 닥치는 대로 낚는 연승(주낙)어업은 전 세계 바다의 45%에서 행해지는 가장 보편화된 방식으로 확인됐다.

◆자연 조건보다 정책에 영향받아

중국은 이번 추적 조사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조업을 벌이는 나라로 확인됐다. 2016년 중국 원양어선들의 연간 총 조업시간은 230만 시간으로 세계 조업시간의 3분의 1에 육박했다. 중국과 함께 대만, 일본, 한국, 스페인의 원양 선단도 공해상에서 공격적인 조업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다섯 나라의 조업시간은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전체 조업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상업적인 조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여름과 겨울을 구분하지 않았고 이상기후인 엘니뇨가 발생해 물고기들이 살던 곳을 떠난 뒤에도 조업이 이뤄졌다. 오히려 정책이 바뀔 때 더 영향을 받았다. 중국은 계속된 남획이 비판받자 산란기 조업을 금지하고 선단 규모를 잠시 줄인 일이 있다. 세계적으로 선박 연료 가격이 올랐을 때도 조업 활동이 잠시 주춤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글로벌어업감시의 데이비드 크루즈 연구원은 “어업 활동이 자연적인 조건보다 문화 및 정책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인간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어업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어떤 해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자원을 보호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남태평양 일대 일부 섬나라는 배타적경제수역 내에서 상업적 조업을 금지한 결과 AIS 신호가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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