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 곳 없는' 문화계

각계에서 이어지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고백은 성범죄로 곪은 상처가 사회 구석구석에 퍼져있음을 보여준다.

연극계 중견 배우 한명구(58)는 25일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한 잘못된 행동으로 몸담은 대학과 제자들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줬다”며 “교수직과 예정된 공연 등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3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고 2011년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한씨는 극동대와 서울예술대에서 교수로 재직해왔다. 학생들을 상습 추행한 의혹을 이날 시인한 한씨는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을 제작하며 ‘뮤지컬계 대부’로 불린 윤호진 에이콤 대표(70)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내 거취를 포함해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지난 24일 발표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과 오태석 등의 성폭력 파문이 불거진 가운데 공연계에서는 윤 대표의 성추행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슬픔, 이들과 연대하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웬즈데이’를 준비하던 중이어서 공연계 관계자와 관객들은 실망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우 겸 제작자 조재현(53)도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을 많이 했다”며 24일 자신에게 쏟아진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출연 중인 tvN 월화극 ‘크로스’에서도 하차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그를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직에서 면직 처리할 방침이다. 배우 오달수(50)도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해진 사진작가 배병우(68)는 과거 서울예대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졸업생들의 폭로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투’는 종교계로도 확산하고 있다. 한 여성 천주교도가 7년 전 해외 선교 도중 신부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를 최근 폭로해 교계를 경악하게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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