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폭로…'#미투' 종교계까지 확산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활동 중 수차례 성추행
천주교, 성무 정지처분…신부는 정의사제단 탈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이던 현직 신부가 6년여 전 해외 선교봉사활동 중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여성이 23일 한 언론을 통해 이같이 폭로하면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종교계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이날 피해 여성 김모씨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한모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김씨는 “식당에서 나오려 하는데 (한 신부가) 문을 잠그고 강간을 시도했다”며 “손목을 잡힌 채 저항하다가 눈에 멍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당일 쓴 일기에는 ‘난 힘으로 그 분을 당할 수가 없다. 눈과 손목에 멍이 들었다. 주님 저를 구하소서’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 현지에서는 신부 3명과 다른 자원봉사자 1명 등 5명이 함께 지냈다. 한 신부의 후배 신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선배 사제의 ‘권위’ 앞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후에도 추행은 이어졌다. 김씨는 “하루는 (한 신부가) 문을 따고 방으로 들어와 움직이지 못하게 나를 잡고는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네가 이해를 좀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이런 문제가 상당히 많다. 나도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무덤까지 가져갔을 것”이라며 “내 딸이 나중에 커서 이런 일을 안 당하면 좋겠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면 나처럼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한 신부가 상당 부분을 인정해 한 신부를 정직 처분했다고 이날 밝혔다. 일정 기간 회개 시간을 갖게 한 뒤 사제직 박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 신부는 고(故) 이태석 신부의 뒤를 이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등 존경받는 신부로 알려졌다. KBS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도 이 신부와 함께 출연했다. 2008년부터 4년간의 선교 기간을 마치고 귀국해 미사를 집전하는 주임신부가 됐다. 한 신부는 이 사건이 불거지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탈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인 김인국 신부는 “최근 해당 신부가 찾아와 피해자에게 7년간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받지 못했고, 속죄와 회개의 삶을 살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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