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롯데

일본 주주 불안 잠재운 카리스마
황각규 부회장이 대신하긴 힘들 듯

신동빈 회장(사진)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에 롯데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고경영자(CEO)가 기소되면 스스로 사임하거나 이사회에서 해임하는 게 일본 재계의 관행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구속 1주일 만에 일본롯데홀딩스가 이사회를 연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사회 소식을 접한 신 회장은 즉각 사임의사를 전달했지만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이사회 일정도, 안건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안팎에선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끄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신 회장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일본 주주와의 관계에서 신 회장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으며 일본 경영진과 수시로 접촉해 그들의 불안을 잠재워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신 회장을 대신해 일본롯데에 영향력을 행사할 인사가 롯데엔 사실상 없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주주들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협력한 것은 그가 오너이기 때문”이라며 “황 부회장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을 대신할 인사가 없다 보니 롯데그룹의 대응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롯데 측은 “호텔롯데를 통해 상당수 계열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가 내리는 의사결정이어서 관여하거나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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