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

"금융당국 눈치 보지 말고 가상화폐 계좌 발급에 나서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가상화폐 시장에 또 한 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실명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시중은행들에 가상화폐 계좌 발급을 독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 원장의 180도 달라진 입장 발표에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낮 12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2.68% 오른 132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비트코인은 100만원 가량 상승하며 21일 만에 1300만원선을 회복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의 발언이 호재로 작용했다.

최 원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의 정상적인 거래를 지원하겠다"며 "자금세탁 방지 등 안전장치를 갖춘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좌를 개설해주도록 은행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을 콕 찝어 말했다.

그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가상화폐 실명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당국의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이 거론한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가상화폐 실명 거래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지만 가상화폐 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한·NH농협·IBK기업 3곳 만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다.

국민·하나은행 측은 "아직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 계약을 맺은 곳은 없다"며 "앞으로 가상화폐 계좌를 제공할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장은 당국의 입김에 은행들이 전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그간 은행들은 가상화폐 투기 열풍에 은행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당국의 논리에 따라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며 "당국이 거래를 독려하고 나섰으니 은행들도 보폭을 맞춰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과 두 달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최 원장에게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최흥식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 버블 붕괴에 내기를 걸어도 좋다"며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최 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빗발쳤다.

한 투자자는 "투기라며 투자자를 몰아세울 땐 언제고 이제와서 거래를 지원한다고 말을 바꾸는 것이냐"며 "당국 수장이라는 자리의 책임과 무게를 모르는 것 같다"고 쓴소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 원장을 질타하는 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한 네티즌(coi****)은 "금감원장이 하는 말과 반대로 매매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말 바꿔치기로 입은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냐"고 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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