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상황과 비슷한 최근 주가 급락
미국 은행체계 견고해 충격 흡수 가능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악용 말아야"

배리 아이컨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 정책의 유효성을 과시하는 데 주식시장을 자주 예로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다우지수가 약 30%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정책의 결과인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건 최근 우리가 깨달았듯이 올라간 것은 내려가기 마련이란 것이다.

주가의 급락과 그 영향을 분석할 때 많은 사람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을 둘러싼 시장의 혼란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참고하기 더 좋은 전례는 1987년 10월19일 ‘블랙 먼데이’다. 이날 하루 만에 다우지수가 22.6% 떨어졌다. 일일 최대 하락폭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이는 25,000선을 넘나드는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6000포인트 떨어진 것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주가 폭락의 배경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정책이 있었다. Fed는 1987년 1월부터 10월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1%포인트가량 올렸다. 이에 따라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비용이 늘었다. 2008년 10월 상황은 대조적이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금리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은 2008년 대신 1987년 상황과 비교해야 한다.

1987년 주가 폭락도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던 기간에 일어났다. 블랙 먼데이 발발 직전 당시 미 재무장관이던 제임스 베이커는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했다. 현 재무장관인 스티븐 므누신이 올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한 발언과 마찬가지로 베이커도 자신의 발언이 맥락을 벗어나서 풀이된 것에 대해서 불평할 수는 있다. 하지만 블랙 먼데이 당시 주식 매도가 미국으로 확산되기 전에 달러 약세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이번 주가 폭락엔 알고리즘 매매가 낙폭을 키운 측면도 있다. 주식과 현금 비중을 최적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락장에서 포트폴리오의 주식 비중을 줄이려고 하면서 주가의 진폭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알고리즘이 ‘포트폴리오 보험’이라고 불리는 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보험의 역할에 대해선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알고리즘을 빼고 이번 증시 하락폭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1세기 알고리즘 매매의 복잡성이 의도치 않게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1987년 ‘월가의 드라마’가 실제 경제 활동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역(逆)‘부의 효과’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 지출이 급격히 위축됐다. 하지만 투자는 크게 줄지 않으면서 소비자 지출은 빠르게 회복됐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은 요인은 뭘까. 첫째, 새로 임명된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이 통화정책을 완화했다. 또 주가 폭락이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줬다. 이에 따라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고 소비자 신뢰가 살아났다.

둘째, 주가 폭락이 금융 시스템 전반을 흔들진 않았다. 앞서 미국 대형 은행들은 라틴아메리카의 부채 위기 후 5년간 대차대조표를 개선했다. 줄파산한 저축대부조합(S&L)의 자금 규모는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만큼 크지 않았다.

오늘날은 어떤가. 미국 은행 시스템은 충분히 견고하다. 게다가 연방기금 금리가 연 6%를 넘어섰던 1987년에 비해 금리 인하폭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는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처럼 대중의 공포 심리를 잠재울 것인가, 아니면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민주당, 외국 정부, Fed를 비난할 것인가. 남 탓하는 대통령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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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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