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상생 펀드 만들고 기술 공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자금 지원부터 기술 협력, 교육 기회 제공 등 협력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함으로써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 경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협력업체의 성장이 곧 기업 성장으로 직결된다는 판단도 동반성장 확산의 밑거름이다.

먼저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상생펀드를 조성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의 자금 유동성 지원을 위해 2005년부터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대금 지급 횟수를 월 2회에서 4회로 늘렸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1일에는 협력사 물품 대금을 1주일 앞당겨 지급했다.

지난해 6월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물품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지원하는 ‘물대지원펀드’를 5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시중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면 2차 협력사에 지급할 물품 대금을 1년간 무이자로 1차 협력사에 대출해주는 제도다. 대출 기간은 1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도 돕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4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2·3차 협력사 지원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상생협력을 위해 총 1500억원을 출연했다. 500억원은 중소 협력사 근로자 임금 지원을 위해, 1000억원은 임금 지원과 더불어 협력사의 회사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사를 돕기 위해서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의 자생력도 강화하고 있다. SK는 2006년부터 협력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동반성장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SK가 관련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동반성장아카데미는 1차 협력사 중심에서 작년부터 2, 3차 협력사로 참여 대상을 확대했다.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하던 동반성장 MBA(핵심 인재 대상)와 동반성장 e-러닝(전 임직원 대상)을 2, 3차 협력사로 확대하는 한편 협력사 경영인을 위한 동반성장 CEO 세미나(최고경영자 대상)도 신설했다. 총 수강 인원은 20만 명에 달한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LG전자 동반성장 아카데미를 통해 협력회사의 인적자원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출성형, 채권관리, 채용면접 기법 등 협력회사의 경영, 생산성, 품질 역량 강화에 필수적인 과목 90여 개를 강의 중이다.

협력사와 적극적 소통을 통해 원청사가 앞으로 나아갈 길도 알려준다. LG전자는 매년 자사 협력회사 모임인 협력회와 함께 총회를 연다. 전년도 주요 성과를 공유하고, 생산성 향상 및 품질 개선에 성과를 낸 협력회사를 시상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 열린 총회에서는 부품 표준화 및 공용화를 통해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만들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등 중점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기술 공유에도 적극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중소기업들과 2017년 1차 포스코 기술나눔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가 보유한 300개 우수기술을 나눔기술로 제공하고, 이 중 69개 기술의 특허 83건을 24개 기업에 무상 이전했다. 무상 이전 대상 기술에는 △기계장치, 로봇, 이물질 제거기 등 산업용 기계 61건 △운행·주행, 설비장치 등 시스템 기술 83건 △신재생에너지 80건 △철강, 소재 56건 등이 포함됐다.

기술 전수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협력사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의 평균 매출은 2001년 733억원에서 2016년 2722억원으로 연평균 9.1% 성장했다. 매출 1000억원 이상 협력사 수는 2001년 62개에서 2016년 156개로 2.5배로 증가했다. 협력사의 재무안정성도 강화돼 2001년 152%에 달하던 부채비율이 2016년 114%로 낮아졌다. 현대·기아차 협력사들은 평균 30년 이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GS는 2010년부터 지주사인 (주)GS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고, 자회사 및 계열사 대표를 위원으로 하는 그룹 차원의 ‘공생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협력회사 동반성장 프로그램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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