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엔 ‘무역 확장법’을 들고나오며 강력한 철강 수입 규제 방침을 밝혔다. 미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한국 중국 등의 철강 제품에 대해 ‘무역 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수입을 대폭 제한하거나 최소 53%의 관세를 물리는 조치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이 규정은 특정 제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고율의 관세와 함께 수입 물량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무부는 세 가지 철강 수입 규제안을 제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까지 구체적인 무역보복 방법을 정하게 된다. 심각한 것은 이 중 어떤 안을 택하더라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상무부가 고율 관세 대상국으로 지목한 12개국에 한국이 포함됐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 3위국이긴 하지만 1위인 캐나다는 물론 7~9위인 일본 독일 대만은 모두 여기서 빠졌다. 상무부는 12개국 선정기준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출량이 많아도 미국과 우호적 관계인 몇몇 국가는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이 ‘무역 확장법 232조’를 발동한 것은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미국의 통상공세를 보면 한국 역시 정조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모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것이나 ‘호혜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한국을 직접 거론한 것이 그렇다. 미국의 통상공세 조치가 나올 때마다 한국이 빠짐없이 언급되는 것을 우연으로 넘겨선 안 된다.

사드 배치와 대북 제재 등을 둘러싸고 현 정부와 미묘한 갈등을 빚어온 미국이 통상을 통해 ‘한국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등 한국을 겨냥한 무역 규제가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이지 않는 환율절상 압력도 적잖은 걱정거리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 내에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자”거나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은 말장난”이라는 유의 반응이 주류를 이루는 듯하다. 경제논리만을 따지는 순진한 발상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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