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있는 휴면계좌 등도 대상
실소유자 안나서면 부과 어려워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제처 해석이 다른 금융 소비자들의 차명계좌 문제로 번지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법을 적용해야 하는 만큼 금융실명제 전에 개설된 차명계좌는 전부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시행일 기준시점(1993년 8월12일)의 계좌 원장을 일부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3년 8월12일 이전에 개설된 계좌라도 살아 있는 계좌이거나 휴면계좌는 기록을 보관 중이다.

법제처는 지난 12일 “(1993년 8월12일) 실명제 시행 후 실명전환의무 기간(2개월) 내에 자금 출연자가 아닌 타인 명의로 실명확인 또는 전환하였으나, 실명법 시행(1997년 12월31일) 이후 해당 차명계좌의 자금 출연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 과징금을 원천 징수해야 한다”고 금융실명제법에 대한 해석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주민번호상 존재하는 실지명의로만 전환됐다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해왔다.
법제처 해석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모든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과징금은 실명제 시행 시점 기준으로 자산의 50% 수준으로 물리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와 금감원, 국세청, 시중은행 등은 13일부터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국민·신한·우리 등 대부분의 은행은 활성계좌와 휴면계좌 과거 기록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금융위는 여기서 활성·휴면계좌와 해지계좌 사이에 과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차명계좌를 운영했지만 활성·휴면계좌인 사람들은 과징금을 내고, 과거에 해지한 사람들은 기록이 없어 과징금을 내지 않아도 돼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1993년 8월 당시 데이터를 제대로 복원하지 못하면 형평성 문제 때문에 되레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차명계좌의 실소유자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정부도 과징금 부과 대상자를 찾을 길이 없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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