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래에셋 5% 육박
삼성생명 3% 달하는데 기업은행은 1.67% 그쳐
상당수 은행 '부진한 성적'

은행은 안정성이 강점
"원금 보장형 비중 높고 정부 규제에 투자 제약"
은행들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권사 수익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1~2%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액 규모로는 DC형 퇴직연금 시장의 67%를 장악한 은행들이 수익률에선 증권사, 보험사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9%에 달한 지난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일부 은행은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연금을 원금보장형 상품에 두고 방치하는 가입자가 많은 가운데 정부가 은행에 대해선 투자 일임형 상품 출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증시 호황에도 수익률 ‘지지부진’

14일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DC형 퇴직연금 전체 1·2위 사업자(운용규모 기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지난해 각각 2.13%와 2.17%의 수익률에 그쳤다. 반면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증권은 4.93%로 은행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수위 사업자인 삼성생명은 3%의 수익을 냈다. 증권사와 보험사들이 높은 수익을 낸 것은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한때 2500을 넘는 등 연초 대비 21.8%가량 상승하고,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호황을 이룬 덕분이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증권이 5.19%, 한국투자증권이 4.48%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이 4%가 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은행에 퇴직연금을 둔 가입자들에겐 이 같은 수익률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운용 규모 전체 3위 기업은행이 1.67%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상당수 은행이 1%대 수익률에 머물렀다. 작년 증권사들은 최근 3년 평균 대비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은행권은 수익률 상승폭이 0.2%포인트 안팎에 그쳤다. 일부 은행은 수익률이 하락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확정급여형(DB) 연금과 달리 DC형 연금은 근로자가 금융회사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한다”며 “작년 같은 기회에 수익을 많이 못 냈다면 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금보장 상품 비중 과도하다”

은행들은 근로자가 예금과 채권 등 원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은행을 선택하는 가입자들이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높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적립금 5조5417억원 중 4조8687억원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는 적립금 2조5478억원 가운데 원금보장형 상품은 1조2238억원으로 절반이 안 된다.

가입자들의 연금에 대한 무관심도 낮은 수익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투자 상품을 바꾸려면 근로자들이 운용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대부분 가입자는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은행들이 고객에게 충분한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점과 고객 성향이 비슷한 보험업권 수익률과 비교해도 실적이 저조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정부 규제가 걸림돌이라고 항변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른 업권에선 금융사가 직접 자산을 맡아 운용할 수 있는 투자일임업이 허용돼 있어 실시간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지만 은행은 규제에 막혀 있다”며 “은행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만 일임형 상품을 운용할 수 있고 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퇴직연금(IRP) 모두 신탁형으로만 운용해 손발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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