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이후 줄곧 하락세
어닝쇼크 겹쳐 1년 최저가
증권사들, 목표가 일제히 낮춰

"요금 인상 논의 있어야 반등"
탈(脫)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전력(31,150300 +0.97%)이 주식시장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제대로 된 반등 한번 없이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쇼크(충격)’ 수준으로 악화된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사상 최저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감안해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최근까지 “저가매수에 나서야 한다”던 증권사들도 투자의견을 잇따라 바꿨다.

한국전력은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00원(1.19%) 내린 3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3만2400원까지 하락해 최근 1년 최저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8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날 시장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크게 낮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4분기에 1294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2788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증권사들은 실적 발표 직전까지 한국전력이 작년 4분기에 7647억원의 영업이익과 2942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전력의 실적 부진에는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전력 구입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 원자력 발전소 가동률이 65%로 하락하면서 전력 구입 비용이 증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안전점검을 이유로 원전을 멈춘 날에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며 “점검 기간이 길어지는 건 정부 탈원전 정책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와 석탄 가격 상승은 비용증가로 이어졌다. 작년 초 배럴당 50달러 안팎에 머물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달 26일 배럴당 66.14달러로 상승했다.
한국전력에 투자한 개인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인은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한국전력을 2584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개인 전체 순매수 5위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274억원과 2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실적 발표가 나온 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8개 증권사는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삼성증권과 현대차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려잡았다.

이들 중 몇몇은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전력에 대해 “주가가 바닥에 도달해 저가매수에 나서야 한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곳이다.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밸류에이션이 이렇게 전망한 근거였다.

한국전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3배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은 “추가 비용 증가 가능성이 남아 있어 당분간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국전력이 반등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부담이 완화되면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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